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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포화속 한국경제] "美.中 무역전쟁 1~2년내 안끝나… 신흥국 등 수출선 넓혀라"

전문가 5인의 긴급 제언
양평섭 대외경제硏 소장 "EU도 보복관세 참전, 보호무역 세계로 확산"
민혁기 산업硏 실장 "트럼프, 중간선거 의식.. 추가 관세부과도 가능"
제현정 무역協 통상지원단 박사 "통상만의 문제는 아냐.. 외교 등 전방위 대응을"
주원 현대경제硏 실장 "美의 타깃은 항상 中, 中수출 의존도 줄여야"
조경엽 한경硏 선임연구원 "中,美와 타협하더라도 우리 중간재 수출 악재"

[무역전쟁 포화속 한국경제] "美.中 무역전쟁 1~2년내 안끝나… 신흥국 등 수출선 넓혀라"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中 국가주석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하자 중국이 재보복에 나서는 등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전 세계 경제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정면충돌하면서 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에 의존해 위태로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작지 않은 충격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데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촉발할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무역전쟁 포화속 한국경제] "美.中 무역전쟁 1~2년내 안끝나… 신흥국 등 수출선 넓혀라"
왼쪽부터 양평섭 대외경제硏 소장, 민혁기 산업硏 실장, 제현정 무역協 통상지원단 박사, 주원 현대경제硏 실장, 조경엽 한경硏 선임연구원


파이낸셜뉴스는 8일 국내 통상 전문가들과 긴급 좌담회를 열어 미.중 통상마찰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정부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미.중 무역전쟁 1~2년 내 해결될 문제 아냐"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의 단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경우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 급감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총 수출액 5737억달러 가운데 대중 수출은 1421억달러로 대중 의존도가 24.8%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나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혁기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고관세 부과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계층 결속에 나서는 등 정치적 문제가 결부돼 있다"며 "향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계층 이익을 위해 이와 유사한 관세부과에 지속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의식해 중국을 비롯해 주요국을 상대로 보호무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면서 "중국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2000억달러(약 215조원)를 1~2년 안에 줄이라는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어서 미.중 무역전쟁은 1~2년 내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맞관세에 나서면서 대미 수출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중간재 등 부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로 중국이 미국과 타협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던 중간재 또는 완제품 등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바꾸는 경우도 우리 수출엔 악재"라고 언급했다.

양국 간 무역전쟁이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확산시킬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후 굳건히 지켜져온 세계무역 질서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 평균 관세율이 15%, 20% 인상 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1.2%포인트, 1.9%포인트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중 간 국지적 무역마찰이 보복관세에 따른 재보복으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로 관세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글로벌 자유무역 시스템의 기반이 훼손되고, WTO를 통해 이뤄진 세계무역의 기초와 자유무역 기조가 붕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미국이 유럽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자 유럽연합(EU)이 모든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며 "글로벌 공급과잉 제품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다변화.국제공조 적극 나서야"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미국과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를 중장기적으로 다른 나라에 분산할 수 있도록 수출다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 실장은 "미국의 무역전쟁 타깃은 항상 중국인데,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비율이 상당히 크다"면서 "신북방.남방정책 등을 통해 신흥시장을 개척해 투자나 수출길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조치와 더불어 인도, 동남아 등 신시장을 대상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제 박사도 "정부가 미국과 중국을 피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려는 기업들을 찾아 지원을 늘리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시나리오별 대책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수동적인 사후조치에 머무르기보다 사전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은 관세부과 등 보호무역 조치를 결정할 때 내부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다른 국가들과의 공동연구, 로비 등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해 우리 입장을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 실장은 "미국의 로비는 자국뿐 아니라 외국 이익단체에도 허용되기 때문에 수입업체 등 미국 내 우리나라와 이익을 공유하는 이익집단과 연계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경제.통상정책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이 과정을 잘 모니터링하면서 우리나라와 관련된 문제가 나올 때 '아웃리치(대외활동)'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 박사는 "미.중 무역분쟁은 통상 이슈긴 하지만 통상당국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외교.안보.산업 등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관세 등을 낮춰 대외개방 수위를 높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 소장은 "중국이 얼마나, 어느 정도로 개방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이 경우 중국의 전반적인 산업정책이 크게 바뀔 수 있는 만큼 우리에게 오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정상균 정지우 김서연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