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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저임금 마구잡이 인상 다신 없어야

경영계, 업종별 차등 요청.. 일자리 봐가며 책정하길

경영계가 한목소리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9일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경영계 입장문을 발표했다. 별도로 소상공인연합회도 같은 날 업종별 차등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4일을 마지노선으로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경영계의 요구는 당연하다. 올해 시급은 7530원으로 전년비 16.4%나 뛰었다. 이는 '을의 전쟁'(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장)을 불렀다. 통계를 봐도 최저임금은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은 뚝 떨어졌고, 청년실업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도와 달리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아픈 지점'이라고 했다. 국책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향후 급속한 인상이 계속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아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상식적으로 지금은 최저임금을 섣불리 올릴 때가 아니다. 2020년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에 얽매여 내년에도 두자릿수를 올렸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하기 전에 올해 파급 효과를 먼저 따져보라"고 권했다. 합리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일단 예년 수준으로 올리는 게 타당하다. 덧붙여 업종별 차등화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도 내년엔 일자리안정기금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 좋겠다. 1년 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률 16.4% 가운데 9%포인트 분은 정부가 예산(3조원)으로 지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저임금위는 이를 믿고 막판에 두자릿수 인상안을 의결했다. 올해도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수조원짜리 일자리안정기금도 일자리가 주는 부작용을 막지 못했다. 내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바꿨다. 사람을 바꿨으니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손질하는 게 당연하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최저임금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1만원 공약 이행 시기를 몇 년 늦출 것을 제안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동시에 갖추라'고 했다. 최저임금 정책은 현실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