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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무역전쟁 정말 걱정 안해도 될까

[fn논단] 무역전쟁 정말 걱정 안해도 될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온통 사람들의 관심은 우리 수출이 얼마나 피해를 입을까 하는 것이다. 그 피해라는 것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 우리 중간재가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컴퓨터에 한국에서 수입된 반도체가 부품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최근 정책당국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유발되는 대중 수출감소 규모는 2억7000만달러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0.19%, 전체 수출의 0.05%에 불과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정도면 미·중 무역전쟁은 무시해도 된다. 이 정도면 한국 경제에 별로 영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래서 걱정 안 해도 되고, 그 대책을 마련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무엇인가 찜찜하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두 국가가 전쟁을 벌이는데, 더구나 그 두 국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영향이 없다고 하니 좋긴 좋은데 무엇인가 놓치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도 그렇듯이 경제라는 시스템을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으로 나누고 이 수출과 내수 부문이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수출의 약 20%에 해당하는 제품에 대해 그것도 관세를 25%나 올린다면 중국 경제가 무사할까?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경제 산업구조란 서로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한 산업의 위기는 다른 산업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중국 경제 전반의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우리의 대중 수출이 피해를 입는 영향권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의 생각은 순수하게 경제 산업구조상 정상적 수준에서의 부정적 영향의 흐름에 불과하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중국 경제의 최근 펀더멘털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3대 회색코뿔소라고 불리는 과도한 기업부채, 부동산시장 버블,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그림자금융의 급증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 경제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의 무역전쟁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거시적 건전성이 상실되고, 체력이 고갈된 중국 경제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에 하나 중국이 경제위기를 맞는다면 한국 경제도 무사할 수는 없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최근에는 중국과 한국의 경기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시나리오로 끝났으면 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정책당국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했단다. 민간연구기관의 전망이 국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100% 인정한다. 그런데 민간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안 그러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또 그런 이야기도 했단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입는 피해를 과장할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기업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라고. 그것도 인정한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피해가 없다고 할 경우 그래서 기업들이 위기를 대비하지 못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간은 잘 알고 있다. 외환위기가 그래서 시작되었으니까. 정말 그들의 말대로 걱정 안 해도 되는 무역전쟁이기를 바라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