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

'매도' 한마디에 주가 폭락.. 공매도 노린 의심 끊이지 않아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믿을 수 있나
씨티증권 매도 보고서 파장.. 호텔신라 목표가 내리자 당일 주가 11% 넘게 급락
국내의 매수일색 보고서가 외국계 증권사 영향력 키워.. 리서치센터 독립 보장 시급


#. 반도체가 호황이던 지난 1994년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첫 10만원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국 메릴린치증권이 '반도체 공급과잉'이라는 리포트를 내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삼성전자는 성장을 거듭해 이듬해 17만원대로 올라섰다. 2013년 6월에도 삼성전자는 JP모간과 모건스탠리의 혹평으로 10% 이상 급락했다. 알마 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 주가 급락의 주범은 JP모건과 모건스탠리"라는 내용의 칼럼을 싣기도 했다. 새로울 게 없는 내용으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비판이었다.

매수 추천 일색인 국내 증권사 기업 리포트에 비해 '매도' 의견을 과감히 내는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부정적 보고서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수익을 좇는 기업의 속성상 같은 사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씨티, 신라호텔 목표가 38% '싹뚝'

미국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9일 신라호텔에 대한 목표주가를 38%(14만4000원→8만9000원)나 낮춘 매도 보고서를 내놨다. 신라호텔 주가는 11% 넘게 급락했다. 씨티증권은 "하반기 경쟁 과열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국내 증권사 평균치보다 20% 이상 적게 잡았다.

국내 증권가는 "면세점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성 없는 가정에 기반한 보고서"라는 혹평도 나온다. 면세점 업계가 실적에 영향을 줄 만큼 출혈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라호텔은 2.4분기 사상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국내 증권사의 신라호텔 목표주가는 15만5000~17만3000원이다.

신한금융투자 성준원 연구원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풀리면서 내년까지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가 아닌 미래 실적에 대한 추정치에 대해서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매도 보고서에 회계감리까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지난 1월의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도이체방크는 당시 주가가 30만원대였던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8만7200원으로 '확' 낮췄다.

도이체방크는 셀트리온의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를 문제삼았다. 글로벌 제약사들처럼 80%를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영업이익률이 62%에서 30%대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셀트리온은 펄쩍 뛰었다. 하지만 파장은 컸다. 금융당국은 10개 제약.바이오업체의 R&D 회계처리와 관련해 감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단골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좋아 주가가 고공행진을 할 때마다 매도 보고서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와 JP모간은 "반도체 업황이 고점"이라며 매도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은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1994년과 2013년 삼성전자가 잘 나갈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

프랑스의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지난해 7월 삼성SDS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의 절반 수준인 10만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1년이 지금 삼성SDS 주가는 20만원대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증권사의 투자 의견이 전부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투자책임은 본인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서치센터 독립성 시급

외국계 매도 보고서의 파급력이 큰 이유는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국인의 코스피.코스닥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37.19%, 13.25%로 3년 연속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매도 보고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가 공매도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의 국내 공매도 비중은 70%가 넘는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는 돈을 맡긴 고객들에게 최우선적으로 리포트를 제공한다. 그 다음은 리포트를 유료로 보는 고객이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매도 보고서가 나오기 6거래일전부터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3000억원어치 팔아치운 게 우연은 아니다.

매수 추천 일색의 국내 보고서도 외국계 증권사의 영향력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의 지난해 매도 보고서 비중은 0.2%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상반기 보고서 8347건 가운데 매도 보고서는 달랑 5건으로 비중은 0.06% 그쳤다. 반면, 지난해 외국계 증권사 15곳의 매도 보고서 비율은 14%나 된다. 금융당국이 2015년 '매도 보고서 비율 공시제'를 도입했지만 헛일이다.

이런 상황이 애널리스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의 갑질도 한몫을 한다. 매도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는 출입금지령이 떨어지고, 기초적인 자료 제공을 거부하기 일쑤다.
전화통에 불이 나는 등 주주들의 항의도 무시하기 어렵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보고서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애널리스트의 눈치 보기가 없도록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자본시장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