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친기업은 개혁 후퇴가 아니다

반기업으로 경제 무너지면 일자리정부 성공할 수 없어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이 친노동에서 친기업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와 싱가포르 순방에서 잇달아 친기업 행보를 보이면서다. 문 대통령은 인도 방문에서 삼성전자 현지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순방 중에 한 발언은 더욱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 이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도 더 많이 투자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기업인을 만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선진국 대통령들은 일상적으로 기업인들을 만나 그런 당부를 한다.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을 정도에서 벗어난 것처럼 바라보는 한국적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지 모두가 생각해볼 문제다.

정권 실세들의 발언에서도 친기업으로 방향전환이 감지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증이 문재인정부의 개혁 실패를 부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개혁에 대한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산분리를 재점검할 때가 됐다"(최종구 금융위원장), "고용부진이 너무 뼈아프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친노동 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현 경제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기업을 끌어안지 않고는 '일자리 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친기업으로 방향 전환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여권 내부에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급진개혁파를 중심으로 문 대통령의 잇단 친기업 행보에 대해 개혁의 후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반기업은 개혁이고, 친기업은 개혁의 후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편협한 진영논리일 뿐이다. 기업을 적으로 돌려놓고 일자리 정부가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친기업 행보는 분배 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경제를 끌고 갈 수 없다는 자성의 결과로 봐야 한다.

그렇다고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분배 우선에서 성장 우선으로 선회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분배 쪽에 치우쳐 있던 정책 중심추가 분배와 성장의 균형점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은행은 1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9%로 낮췄다. 큰 차이는 아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인상, 고용악화, 경기침체 등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90%가 이미 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노동정책이 경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응답도 94%나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내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친기업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