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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세계에 부는 공항한류 바람

[차장칼럼]세계에 부는 공항한류 바람


'현대 문명이 관통하는 단 한 장소에 화성인을 데려가야 한다면, 가야 할 곳은 공항밖에 없다'. 베스트셀러 '공항에서 일주일을'의 저자이자 영국 대중철학자인 알랭 드보통은 공항을 단순히 거쳐가는 터미널로 보지 않았다. 인간의 문화와 삶을 함축해서 빚어놓은 또 하나의 온전한 세상으로 봤다. 지구에 첫발을 내딛는 외계인에게 공항만큼 우리 문명을 집약적으로 소개할 최적의 장소는 없다고 단언할 만하다. 외국인도 다르지 않다.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고,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의식 등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짓는 관문이다.

특히 현지인과 처음 맞닥뜨리는 입국심사대에선 다양한 광경을 접하게 된다. 출입국관리 직원들이 길게 늘어선 대기줄은 아랑곳 않고 옆 직원과 잡담으로 심사시간을 끄는가 하면 여권을 던지다시피 건네기도 한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간혹 딴지를 걸어 금전을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일부의 경우다. 하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이런 경험을 하면 심사대를 통과한 순간부터 대부분이 마뜩잖게 느껴지곤 한다.

반대의 상황도 있다. 얼마 전이다. 터키 이스탄불공항에서 입국심사 직원이 불쑥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등 한국말을 쏟아내 절로 미소짓게 했다. 터키에 대한 친근감이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다. 공항이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어 시대의 소통과 연결을 상징하는 공간이 되는 이유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글로벌 베스트 공항 '톱3'에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다. 해외공항에 가면 "인천국제공항에 좀 배우지"라는 말이 나올 때가 적지 않다. 실제 이를 실천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곳이 쿠웨이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5년간 운영권을 따낸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에선 파견직원들이 현지에 한국 공항산업의 DNA를 이식 중이다. 풍부한 오일머니로 최첨단 시설을 갖췄지만 세관의 급행료 요구와 인도인, 여성 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 다음달 개장을 앞두고 이런 행태부터 바로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외에도 필리핀, 인도, 파라과이, 러시아 등 13개국이 우리나라 공항의 선진 운영 노하우를 전해 받았고 체코, 폴란드 등 유럽으로 확산 중이다. 전 세계에 '공항한류'가 거세게 불고 있는 셈이다. 위탁운영 또는 컨설팅의 대가는 최대 1000억원을 웃돌아 '공항 수출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나라 공항이 글로벌 공항시장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20여년 만에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단기간 급성장한 데는 끊임없는 혁신이 있었다. 이 같은 우리의 도전정신이 해외공항에 빠르게 전파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분명 자부심을 갖게 하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제2, 제3의 인천국제공항을 세계 곳곳에서 마주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