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전망 하향]

이주열 총재 "무역분쟁" 14번 언급… 성장률 더 낮출 가능성도

상품수출 증가 전망 줄하향, 올 취업자 10만명대 반토막
소비.설비투자 곳곳 적신호, 경제 침체기 우려 목소리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역분쟁' 단어만 14회 언급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가 실제 시행에 옮겨진다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최대 불확실성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꼽으면서 전면전으로 확전될 경우 성장률 추가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용쇼크' 현실화도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10만명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4월 20만명대 수준을 예측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전망치가 반토막 가까이 난 것이다. 지난해 3%대 성장을 떠받친 설비투자.건설투자의 동반부진 역시 성장하방 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역분쟁 파고에 성장률 추가 하향될 수도"

12일 한은이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품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4월 전망치(3.6%)보다 0.1%포인트 하향됐다. 상반기는 2.8%에서 3.0%로 올라갔지만 하반기는 4.3%에서 4.0%로 연간 감소폭을 웃돈다. 내년 상품수출 증가율 역시 3.6%에서 3.5%로 조정됐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현재까지 발표된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 등이 우리 수출에 당연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상품수출 증가율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향후 미국이 2000억달러(약 223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부과에 나서는 등 미.중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성장률 추가 하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경기여건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판단을 보여주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다양한 대내외 리스크 요인 중 '주요국과의 교역여건'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 요인을 제한적으로 반영해 성장률 전망을 소폭 낮춘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G2(미국·중국)의 통상갈등이 지속될 경우 다음 10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 전망치 10만명대 급감

안으로는 위축된 고용시장이 우리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6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만6000명 '찔끔' 늘어나는 데 그쳤다. 2월부터 벌써 5개월째 10만명 안팎의 고용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고용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한은의 고용전망치를 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18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전망치인 26만명보다 무려 8만명 감소한 수치다. 내년도 취업자 수 증가폭 역시 29만명에서 24만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올해 15~64세 기준 고용률은 60.9%로 4월 전망치(61.0%)를 소폭 하회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 고용상황을 볼 때 예년과 같은 30만명 내외의 취업자 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부 업종의 경기부진, 더딘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 등에 따른 서비스업종의 고용부진 영향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구조적인 개선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고용상황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7%로 종전 전망치를 유지했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의 임금상승률과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가계소비가 증가하면서 고용증가세 둔화를 상쇄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설비투자.건설투자 전망치도 종전보다 떨어졌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전망치(2.9%)보다 반토막 이상 난 것이다.
1.4분기 계획됐던 일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지연됐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의 공급물량 확대, 수주부진 등으로 -0.2%에서 -0.5%로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선 한은이 올해에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9%에서 2.8%로 하향하면서 우리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