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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兆단위 매출 신약’ 가시권 들었다

美 바이오기업 엠팩 인수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2020년 생산규모 세계최대.. 기업가치 10兆 CDMO 도약
뇌전증 치료제 3상 막바지, 혁신신약 첫 열매 곧 수확

SK ‘兆단위 매출 신약’ 가시권 들었다
SK㈜가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미국 바이오.제약 CDMO 엠팩사 전경.


SK㈜의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엠팩 인수는 SK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인 바이오.제약분야 육성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를 인수해 반도체 신화를 써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바이오.제약분야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실제 SK그룹은 지난해 6월 미국계 글로벌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유럽 생산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불과 1년여만에 또다시 엠팩사 인수를 결정, 바이오.제약분야 강화 전략을 구체화 해 나가고 있다. 그간 미국과 유럽 선진 제약회사들이 장악해온 '그들만의 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인수 후 SK, 원료의약품 생산규모 글로벌 1위

12일 업계에선 SK㈜의 이번 인수가 바이오.제약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SK그룹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질적.양적 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제약시장이 연평균 4%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선두 CDMO그룹은 연평균 16%의 고속성장을 지속 중이란 이유에서다.

CDMO는 위탁개발.생산업체로 기존 위탁생산(CMO)에 자체 보유한 생산 기술까지 접목한 보다 진화된 형태를 말한다. 대형제약사들은 의약품 생산을 전문 CDMO에 맡기는 추세다. 게다가 대규모 생산시설이 없는 신생 제약업체들이 늘면서 CDMO의 수주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이번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임상단계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원료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선두 CDMO그룹에 조기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점은 SK의 아시아 및 유럽 의약품 생산역량과 엠팩 간 시너지다. 당장 2020년 이후엔 생산규모면에서 세계 최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1998년부터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 왔다. 특히 지난해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아일랜드 스워즈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 BMS의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덕분에 이 공장에서 생산 중인 공급계약까지 모두 가져오게 됐다. 현재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총 40만L급 원료의약품이 생산되고 있다.

이번에 인수한 엠팩 생산규모를 고려할 때 2020년 이후 생산규모는 글로벌 최대인 160만L급으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의미있는 것은 SK가 세계 CDMO시장을 양분하는 유럽과 미국지역에 모두 생산기지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이번 인수가 가능했던 것도 SK그룹의 바이오.제약산업 육성의지 덕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엠팩은 워낙 고성장하는 기업이라 다수의 글로벌 CDMO들과 사모펀드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바이오.제약에 지속 투자하고 있는 SK와 시너지를 통한 미래 성장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약 하나로 조 단위 매출'..."멀지 않았다"

아울러 SK㈜ 100% 자회사 SK바이오텍도 당뇨.간염 치료제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대형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하며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한 '저온연속반응' 기술은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SK㈜는 SK바이오텍의 아시아-유럽 생산 시설과 미 엠팩 간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판매의 '삼각편대'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확장을 지속, 오는 2022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두 CDMO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993년 처음 바이오.제약분야 투자를 시작한 SK의 최종 목표는 신약 하나로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미국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다. 20년 이상 R&D를 축적해온 SK는 조만간 첫 열매를 수확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이 독자개발한 혁신신약 뇌전증 치료제(Cenobamate)가 3상 막바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연내 미 FDA 신약승인신청(NDA)이 예상된다.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 진행한 건 국내에선 SK바이오팜이 최초다.

아울러 SK바이오팜은 미국 법인에 마케팅 조직을 설립하고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채용, 글로벌 마케팅에도 시동을 걸었다. 뇌전증 치료제 연매출은 핵심시장인 미국에서만 1조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10여년의 특허 만료기간 내 수익은 오롯이 이 회사의 수익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의 탄생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시판 결정 시 SK㈜의 100%자회사인 원료의약품 생산기업 SK바이오텍이 신약의 원료의약품 생산에 나서게 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