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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혁신성장 싹을 짓밟는 '삼바 사태'

금융당국, 바이오 들볶아
이래서야 일자리 나올까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사태가 수렁에 빠진 느낌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2일 삼바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그 대신 금융감독원에 삼바 분식회계를 재감리해서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자료를 다시 내면 증선위가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새 절차를 밟는 데 적어도 몇 개월이 걸린다. 삼바 분식회계를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핑퐁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초 삼바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감리 결과를 공개했다. 그 뒤 삼바 주가는 최고 60만원대에서 4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두 금융감독 당국이 전도유망한 바이오기업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증선위는 공시 누락에 대해선 검찰 고발이라는 강수를 뒀다. 삼바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세웠다. 바이오젠엔 에피스 지분을 49.9%까지 살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줬다. 삼바는 이를 뒤늦게 공개했다. 증선위는 이를 고의 누락이라고 봤다. 삼바로선 '금융검찰' 금감원도 벅찬 마당에 진짜 검찰까지 상대해야 할 판이다.

삼바 사태 뒤엔 정치가 있다. 지난해 초 국회와 시민단체가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정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로 어수선했다. 금감원은 작년 3월 특별감리를 결정했다. 5월엔 문재인정부로 정권이 바뀌었다. 그로부터 1년 뒤 금감원은 삼바 감리 결과를 공개했다. 최종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성급히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삼바는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삼바는 2016년 11월에 증시에 상장했다. 원래 미국 나스닥으로 갈까 했으나 한국 금융당국의 권유를 받아들여 코스피를 골랐다. 기업이 증시에 상장할 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깐깐한 심사를 거친다. 그땐 분식회계의 '분'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정치권에서 문제를 삼자 뒤늦게 금감원이 나섰고, 금융위(증선위)까지 끼어들어 오늘에 이르게 됐다.

회계 전문가들은 삼바가 과연 분식회계를 했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둘러싼 해석상의 차이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 정도 혐의를 근거로 삼바를 들볶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바이오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분야다. 인력이 우수한 한국에 딱 맞는 산업이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일자리를 제공한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에서 일자리 돌파구를 찾는다. 그러나 삼바 사태를 보면 혁신성장은 그야말로 갈 길이 멀다.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