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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론 한발 뺐다] 플러스 없는 경제지표, 무역전쟁.. 이제야 경고등 켠 정부

기재부 7월 그린북
미.중 무역갈등으로 불확실성 확대 평가.. 9개월만에 부정적 언급
고용·투자 등 연일 악화.. 회복론 밀어붙이기엔 부담
올 3% 성장 전망 내릴 수도

[경기회복론 한발 뺐다] 플러스 없는 경제지표, 무역전쟁.. 이제야 경고등 켠 정부

정부가 한국 경제를 기존보다 비관적으로 진단했다.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투자.소비 등도 부진하기 때문에 향후 경기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계경제 개선, 수출호조 등에 대해서도 '회복세 지속 요인'이 아니라 '긍정적 요인'일 뿐이라고 낙관론 수위를 낮췄다.

고용쇼크와 투자둔화, 전통 제조업 부진 등 경제지표가 수개월째 내리막길이고 민간 경제전문가의 경고에도 경기회복론을 버리지 않았던 정부의 태도변화로 해석된다. 고용부진에 대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날 '최저임금, 경기적 요인' 원인론과 맥락이 비슷하다.

정부의 입장이 경기후퇴, 경기침체로 바뀌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이미 전날 3.0%에서 0.1%포인트 낮춘 2.9%를 전망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확정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이달 말에 내놓는다.

다만 정부의 뒤늦은 상황인식에 대한 비판은 제기된다. 경제정책의 성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가 나빠진 후 대응은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하지 않았냐는 의미다.

■불확실성 확대…지난해 10월 이후 부정적 요인 첫 언급

기획재정부는 13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7월호'(그린북)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종합평가했다. 정부가 그린북에서 불확실성 확대 등 부정적 요인을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해 10월 '견고하지 않은 내수 회복세' 이후 처음이다. 대내외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어도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그간 그린북의 경기진단 핵심이었다. 불확실성은 말 그대로 장래에 발생할 일에 대해 확고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예측과 준비, 대응을 해야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불확실성은 리스크로 인식된다.

기재부는 또 세계경제 개선, 수출호조, 추경 집행 본격화 등에 대해 '긍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그린북에선 세계경제 개선,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투자심리 회복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었다. 경기회복세 전망은 2017년 7월 이후 그린북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였다. 이달엔 미래를 예측하는 '회복세 전망'은 사라지고 단순히 상황을 파악한 '긍정적 요인'으로 대체됐다.

고광희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했고 통상마찰도 실제 실행이 되고 있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면서 "회복세 대신 긍정적 요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하반기 전망에서 불확실성이 올라가고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복론 밀고 나가기엔 부담스러운 지표들

실제 회복론을 밀고 나가기엔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는 지표가 상당하다. 고용이 대표적이다. 6월 취업자 수는 제조업 고용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확대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회복 장담에도 불구하고 5개월 연속 10만명대 '늪'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투자 부문은 둔화세가 두드러졌다. 5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 증가에도 자동차, 조선업 등 운송장비 투자 부진에 전월 대비 3.2% 감소했고 건설투자는 건축 공사실적이 줄어 2.2% 떨어졌다.

한국 경제의 호흡기로 여겨진 6월 수출액 역시 조업일 감소, 선박 부진 등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0.1% 감소했다. 다만 수출은 512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 4개월 연속 500억달러 돌파를 이어갔다.

민간소비 회복세도 더뎠다. 5월 소매판매는 한달 전보다 1.0% 감소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2.8%)는 증가한 반면 승용차 등 내구재(3.3%),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는 줄었다.


6월 주택시장은 매매(0.02%)와 전세가격(0.25%)이 모두 떨어졌고 금융시장 또한 미 금리인상 가속화 우려가 반영돼 하락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지난달과 비교하면 시세변동이 미미했고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내려갔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실업과 최저임금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경기침체, 성장률 둔화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해도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투자의욕 정책이 필요하고 성장률을 높이는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