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첫단추 잘못 끼운 최저임금 … 땜질 또 땜질

또다른 반시장 대책은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

정부와 여당이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후속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정은 17일 협의를 갖고 상가임대료 부담 완화와 카드수수료 인하, 근로장려세제 적용 확대 등 최저임금 보완 후속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가세했다. 공정위는 대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상과 외식·편의점 등 6개 분야 81개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감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내세우는 최저임금 대책이라는 것이 과도한 시장개입과 대기업 옥죄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카드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카드업계에선 할 말이 많다. 지금까지 9차례에 걸친 자의반 타의반의 카드수수료 인하와 조정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소비자들에게 서비스 악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상가임대료 상한을 정하거나 계약갱신청구권 기간 연장 등의 문제도 자산시장 왜곡과 금융시장 영향 등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카드수수료나 상가임대료 모두 민간영역인 데다 시장경제가 작동한다. 강제로 짓누르거나 끌어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실효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공정위는 대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가격 인상과 가맹본부의 가맹수수료 감시 강화를 들고 나왔다. 그나마 근로장려세제를 대폭 확대해 저임금·저소득 근로자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근로의욕을 높이겠다는 것은 이번 최저임금 보완의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런 대책 추진에도 카드업계,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등 당사자들은 모두 불만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여당의 최저임금 보완 후속대책 추진에도 저임금 직격탄을 맞은 당사자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천막농성에 나서기로 했다. 이유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제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위의 결정 존중" 발언은 뒤집어보면 10.9% 인상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이래선 최저임금 후폭풍을 못 넘는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절차·명분·전문성 모두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다. 첫 단추를 바로잡지 않고는 최저임금 후폭풍을 잠재우지 못한다. 재심을 통해 현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로잡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