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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무역전쟁 벌이는 유럽 '양면전략'..파트너 늘리며 美 달래기

美와 무역전쟁 벌이는 유럽 '양면전략'..파트너 늘리며 美 달래기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 의장(왼쪽부터)이 17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달부터 미국과 무역전쟁에 들어간 유럽연합(EU)이 미국외 다른 국가들과 적극적인 무역협정에 나서면서 무역전쟁에 따른 피해 복구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EU가 미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대신 다른 국가들과 협정으로 무역 손실을 만회하는 동시에 미국과 다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 의장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동하고 자유무역과 투자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다음날 곧장 일본으로 날아가 EU와 일본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동반자협정(EPA)에 공식 서명했다.

■세계 전역에 무역 파트너 구축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EU가 미국과 무역전쟁 이후 새 친구를 사귀려고 두리번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EU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무역 마찰을 빚고 있는 캐나다와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을 맺어 잠정 발효하고 회원국 비준을 거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으로 캐나다와 함께 미국에 맞서고 있는 멕시코도 올해 말 협상 시한을 앞두고 EU와 FTA 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EU는 이외에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가 포함된 남미 공동시장 메르코수르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과 자유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EU는 지난 2013년 이후 제자리걸음이었던 인도와의 무역협상도 재개했다.

NYT는 이러한 협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전에 시작됐지만 최근 들어 EU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전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EU의 외교적 공세는 ‘개방적인 무역에 미국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는 개념에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투스크 의장은 일본과 EPA 체결을 놓고 "국제정치의 퍼져가는 암흑 속에서 나타난 한줄기 빛"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협상은 계속

그러나 독일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U의 노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유일한 거대시장이고 이러한 합의들은 (미국과 무역전쟁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기 보다는 피해를 최소화 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슈미딩은 EU가 지금 진행중인 무역협정을 모두 성사시킨다고 해도 그 규모가 미국과의 무역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일괄 관세에 보복관세와 WTO 제소로 응수한 EU는 미국이 16일 EU를 WTO에 맞제소하면서 미국과 더욱 불편한 사이가 됐다. 융커 위원장은 다음날 오는 25일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이날 성명에서 "융커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서양 간 무역을 개선하고 더 강력한 경제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면서 두 정상은 외교정책과 대테러, 에너지 안보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융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 협상을 제안할 전망이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5일 EU산 자동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 위협과 관련, 협상을 통해 EU가 관세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