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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Food]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이제 편의점서 못 본다?

조세재정연구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맥주 과세체계 개편안 발표
국내업계 "종량세 전환시 500㎖ 캔당 200원 세금 절약"
"고급제품 제조 가능해져" 수제맥주업계도 찬성
수입맥주업계 "결국 소비자 부담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yes+ Food]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이제 편의점서 못 본다?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에 팔고 있는 수입맥주들.

#직장인 A씨에게 4캔에 1만원인 수입맥주는 소소한 행복이다.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언제든 국내 맥주와는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맥주의 가격이 비싸진 다는 소식은 다시 국산 맥주로 돌아가야 할지, 비싸지는 수입맥주를 고수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내용의 주세 개편안에 대해 맥주업계의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급속도로 시장을 늘렸던 수입맥주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고 수제맥주업계는 그동안 숙원과제가 이뤄진다며 적극 찬성하는 상황이다. 오비맥주, 하이트맥주, 롯데주류 등 국내 대형맥주업체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맥주 주세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10일 '맥주의 과세체계 개편방안' 발표를 통해 맥주 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종가세 체계에서 국내제조 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이 달라 세부담이 달라지는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에는 제조자의 이윤·판매관리비가 포함되지만 수입맥주에는 수입업자의 국내 이윤·판매관리비가 포함되지 않는다. 종량세로 바꾸게 되면 맥주의 부피 또는 용량이 과세의 기준이 돼 세제상의 불평등이 해소된다. OECD 국가 대부분이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 맥주업계는 종량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19일 한 대형맥주업체 관계자는 "종량세로 전환되면 500㎖ 캔 당 200원 정도 세금이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편의점에서 그동안 수입맥주가 하던 것처럼 오비, 하이트, 롯데 클라우드 같은 국내맥주도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국내 맥주 500㎖ 캔은 보통 2650원 정도에 팔린다. 맥주 세금은 가격과 직결되기 때문에 200원이 낮아지면 2500원 밑으로 떨어지는 구조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가 안팔리는 것 때문에 수입맥주 가격을 올린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소주나 위스키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제맥주업계는 개편안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종가세 체계에서는 좋은 재료나 인력을 쓰고 싶어도 세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품질 수제맥주를 만들기 어려웠다"면서 "종량세로 바뀌어야 인력을 고용하고 고급제품이나 다양한 맥주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제맥주 업체간에도 규모에 따라 과세표준이 다르다"면서 "제주맥주나 플래티넘 같은 상대적으로 큰 회사들은 가격이 저렴해지겠지만 일반 소규모 업체들은 큰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yes+ Food]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이제 편의점서 못 본다?


■수입맥주업계 강력 반발 "소비자 부담 가중"

반면 수입맥주업계는 주세 개편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주류수입협회가 "과중한 세금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결되며 종량세로의 전환시 맥주뿐이 아닌 전 주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세금이 낮아지는 맥주는 일부 수입맥주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맥주는 세율이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라고 반발했다. 이어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해외 공급사가 원가를 올리게 되고 소비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주류수입협회는 또한 "종량세로의 전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방향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지향점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