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탄소 배출 후진국으로 추락한 한국

OECD 주요국과 역행.. 탈원전이 상황 악화시켜

지난해 우리나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6억7970만t)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BP가 최근 발표한 '세계 에너지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미국(50억8770만t)과 일본(11억7660만t), 독일(7억6380만t) 다음이었다. 지난 10년간 이 세 나라와 OECD 평균 배출량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만 두자릿수(24.6%) 증가세였다. 우리는 이로 인해 환경 문제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짙은 음영이 드리운 현실을 주목한다.

올여름 지구촌 북반부 전역에서 온난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심지어 고위도인 캐나다나 스웨덴에서조차 고온과 가뭄으로 산불과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22일 서울의 한낮 기온이 38도를 기록하는 등 한반도에도 유례없는 폭염이 엄습했다. 이미 온열질환 사망자까지 나왔다. 이런 이상 고온의 인과관계를 놓고 기후학적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분명한 건 시시각각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온난화란 재앙을 키워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유독 세계적 기후 변화 대응에 역행하고 있는 배경이 뭔가. 애초에 상충되는 목표인 탈원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 추진하는 바람에 스텝이 꼬인 탓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짰다. 동시에 발전 분야에서 에너지전환을 통한 6450만t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제시했다. 탈원전을 해도 온실가스 배출 억제엔 지장이 없다는 게 전제였다. 하지만 '탄소 제로'로 알려진 태양광 발전이 패널 설치와 발전 부품 공급 과정에서 기실은 원전보다 더 많은 탄소를 내뿜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온실가스 후진국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면 그 자체도 문제지만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면 사태는 자못 심각하다. 환경부는 지난달 온실가스 해외 감축분 9600만t을 1600만t으로 낮추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했다. 해외 배출권 구입이나 국제협력으로 달성하려던 감축분 절반 가까이를 국내 배출분으로 돌린 것이다. 이 바람에 국내 기업들이 많으면 수조원의 추가 부담을 지게 됐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라는 글로벌 어젠다를 구호로 달성할 순 없는 노릇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온갖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지난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면서 탄소배출량은 2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가 이제부터라도 화석연료 의존도만 높이는 역설을 빚고 있는 탈원전 정책을 속도조절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