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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Leisure]한여름의 계곡, 발끝만 닿아도 온몸이 찌릿찌릿

자연 속으로… 평창 계곡여행, 가리왕산 서북쪽 기슭으로 흐르는 장전계곡은 소리부터 시원함 가득
특히 상류 이끼계곡은 한폭의 그림, 남쪽 용수골계곡도 소문난 피서지
계곡물이 동강과 합류하는 진탄나루터는 래프팅 명소..문희마을까지 오프로드 5㎞, 여름 트래킹 코스로 제격
8월5일까지 '평창 더위사냥축제' 축제기간에만 개방되는 광천동굴 가족과 함께 꼭 다녀오세요

[yes+ Leisure]한여름의 계곡, 발끝만 닿아도 온몸이 찌릿찌릿
강원도 평창 장전계곡은 계곡물이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만으로도 온몸에 냉기가 가득 차오른다. 한 여행객이 장전계곡 상류 이끼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yes+ Leisure]한여름의 계곡, 발끝만 닿아도 온몸이 찌릿찌릿
일년내내 평균기온 10도를 유지하는 광천동굴은 평창 더위사냥축제 기간에만 개방된다.


【 평창(강원)=조용철 기자】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함께 산새의 지저귐이 귓가로 흐른다. 여행객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밟히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더해진다. 가만히 계곡물에 발을 담가본다. 살짝 발끝만 닿았는데도 머리끝까지 찬 기운이 전해진다. 깊은 산속 계곡에 푹 파묻혀 다시 찾아온 한여름 무더위를 잠시 잊는다.

맑은 폭포와 계곡을 모두 품은 강원도 평창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자연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제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더 유명하지만 원래 평창은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까지 독특한 매력을 간직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평창은 해발 700m가 넘는 지역이 전체 면적의 약 70%를 차지해 한여름에도 무더위를 느끼기 어렵다.

평창과 정선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에는 깊은 골짜기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 서북쪽 기슭으로 흐르는 장전계곡과 남쪽으로 흐르는 용수골계곡이 가장 유명하다. 용수골 계곡물의 발원지는 능애동이다. 옛날에는 너와집이 있었다고 해서 '넝해동'이라 불렀고 이곳에서 샘솟는 물이 지금 용수골과 자진구비를 지나는 계곡의 발원지다. 용수골은 용이 출현해 등천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현재도 용수란 곳이 존재한다. 마을이 가뭄으로 인해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면 개나 닭을 잡아 머리를 용수에 넣으면 억수같은 소나기가 내렸다는 일화도 전해져 내려온다. 지금은 미탄면의 상수도 수원지로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가리왕산 줄기 서북쪽에서 발원해 오대천으로 합류하는 계곡인 장전계곡으로 들어서면 무더위를 이겨낼 시원함 외에도 다른 계곡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계곡물이 맑아 고인 소(沼)마다 초록빛을 머금고 있다. 계곡 물살은 제법 힘차고 계곡 옆 짙은 숲 사이로는 계곡물이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만으로도 온몸에 냉기가 가득하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차디찬 기운에 발가락마저도 오그라든다. 바로 몸을 담그려니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계곡마다 이끼가 끼지 않는 곳은 없겠지만 장전계곡 상류의 이끼계곡에 오르면 그 푸름이 더하다. 이끼 사이사이에 보이는 회색과 검은 빛이 운치를 더한다. 장전 이끼계곡에서 고개를 들면 나무 곳곳도 이끼들이 듬성듬성 끼어 있다. 굽이치는 계곡물과 함께 이끼가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산수화를 연출한다.

수하계곡을 지나 마하리에 이르면 계곡물이 동강과 합류되는 지점이 있는데 여기가 진탄나루터다. 대부분의 동강 래프팅은 이곳에서 출발해서 긴 여정을 갖지만, 문희마을의 트래킹은 이곳에서 오프로드로 약 5㎞를 더 올라가야 한다. 우기 땐 잠기기도 하는 이 길은 원래는 없던 길을 바위를 깨어내 억지로 만들었지만 문희마을 5가구 주민에게는 정말 중요한 길이다. 4륜구동이 아니면 가기 어렵다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이곳 문희마을은 동강 옆의 한적한 마을이지만 여름 피서철이면 더위를 피해 찾아드는 인파로 북적댄다. 무엇보다 트래킹 코스로 알려져 있다.

계곡의 시원함을 만끽했다면 이젠 수육에 메밀 막국수, 메밀부침으로 허기를 달랠 차례다. 메밀 막국수는 메밀국수를 김칫국물이나 육수에 말아 먹거나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는 강원도 향토음식이다. 찬 성질을 갖고 있는 메밀은 체내에 열을 내려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철 별미로 제격이다.
[yes+ Leisure]한여름의 계곡, 발끝만 닿아도 온몸이 찌릿찌릿
평창 더위사냥축제
무더위를 피해 계곡물에 발담그고 메밀 음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면 이젠 본격적으로 더위사냥에 나설 차례다. '파이팅 썸머-2018 평창 더위사냥축제'가 27일부터 8월 5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평창더위사냥축제 메인 행사장인 땀띠공원은 일년내내 10도를 유지하는 지하 냉천수가 매일 수천톤씩 샘솟는 곳이다. 예로부터 이곳에서 몸을 씻으면 땀띠가 깨끗이 나았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땀띠물'이라 불렸다.

축제장에는 뼛속까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풀장과 자연물놀이장이 여기저기 설치돼 있다. 1년에 딱 한번 이 시기에만 개방되는 광천동굴도 더위사냥 장소로는 제격이다. 광천동굴은 평창군 대화면 대화리에 있는 석회동굴로, 내부 온도는 평균 14도, 습도는 늘 85%를 유지하고 있다. 곳곳에서 석탄층을 볼 수 있어 동굴 벽면에 검은색으로 채색된 경관을 이룬다. 곳곳에 박쥐가 날아다니기도 한다.


평창 더위사냥축제에서는 이밖에도 물총싸움, 물풍선 난장, 게릴라 물총게임 등 다양한 물놀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트랙터를 타고 광천동굴까지 가는 여행길도 색다르다. 동굴의 특정지점에서는 온 세상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암흑 체험도 할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