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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 兵 행복추구권 침해' 헌법소원 군법무관들 징계무효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징계를 당한 군법무관들이 징계 무효 판단을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한모씨 등 4명이 육군참모총장 등을 상대로 낸 징계 취소 소송의 파기 환송심에서 한씨 등의 완전 승소 판결 했다.

국방부는 2008년 7월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서적이라는 이유로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고 부대 내 반입 금지를 지시했다.

불온서적으로 규정된 목록에는 소설가 현기영 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민속학자 주강현 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도 포함됐다.

같은 해 10월 한씨 등 군법무관 7명은 국방부의 이런 지시가 장병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이들이 지휘계통을 밟아 건의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제기해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하고, 개인의 권리행사를 빙자한 군무 외의 일로 집단행동을 한 만큼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며 헌법소원 제기를 주도한 지모씨 등 2명에 대해 파면을, 한씨 등은 징계유예∼감봉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들은 징계에 불복해 2009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을 거치며 지씨 등 2명은 파면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다.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만, 파면까지는 지나치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한씨 등에 대해선 경징계 조치가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4월 한씨 등에 대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씨 등의 파기환송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3부는 이들의 헌법소원 제기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 규정은 의무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령 문언에 비춰보면 건의 제도의 취지는 위법·오류 의심이 있는 명령을 받은 부하가 명령 이행 전에 상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명령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헌법소원 제기를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로 본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법령에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군인으로서 허용된 권리행사를 함부로 집단 행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당시 원고들은 해당 지시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로 인해 군 내부 지휘 명령체계에 심각한 훼손이 초래될 우려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결국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 만큼 한씨 등에 대한 징계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