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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국민연금 개혁, 지금도 늦었다

바닥 드러낼 시기 앞당겨져
올 재정추계 맞춰 서두르길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예전 재정추계에선 2060년을 고갈 시점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4차 추계에선 2056~2057년을 바닥으로 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예상보다 3~4년 앞당겨진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이뤄진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이달 중순께 공청회를 열어 추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놀랄 일은 아니다. 이미 여러 곳에서 국민연금이 2060년 전에 바닥을 드러낼 걸로 예측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3~4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58년을 고갈 시점으로 본다. 국책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예산정책처와 같은 의견이다. 당연하다. 출산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고령화 추세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 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고, 청년실업률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연금을 낼 사람은 썰물인데 받을 사람은 밀물이다. 국민연금이 버틸 재간이 없다.

근본적인 해법은 가입자들이 돈을 더 내는 것이다. 현 보험료율 9%는 20년째 동결이다. 요율을 10% 초반으로 높이면 고갈 시점을 꽤 뒤로 미룰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 표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손사래를 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이 '더 내고 덜 받는' 과감한 개혁에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절충안으로 마무리됐다.

보험료율을 건드리지 않는 대신 연금 받는 나이를 더 늦출 수 있다. 지금은 65세가 가장 늦다. 이걸 67세까지 높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불어 연금을 더 오래 내게 할 수도 있다. 지금은 법적으로 60세까지만 낸다. 이걸 65세까지 내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경우이든 가입자들의 불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최상책은 지속적인 운용 수익률 제고다. 수익률에 따라 고갈 시점 몇 년이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독립성을 갖춘 기금운용본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수익률은 어디까지나 덤이다. 국민의 노후를 변덕스런 주가 흐름에 맡길 순 없다.

국민연금은 올해로 출범 30년을 맞았다. 참여정부 때 일부 손을 본 뒤 11년이 흘렀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도 여야가 '공적연금 강화 특위'를 가동하는 등 부분적인 개혁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최근의 인구절벽, 고용절벽을 고려할 때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무엇보다 장차 청년층이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무겁다. 곧 나올 4차 재정추계를 기초로 정치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