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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칼럼] 범법자 만드는 정부

[정훈식 칼럼] 범법자 만드는 정부

요즘 산업현장의 핫이슈인 최저임금과 주52시간근무제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이를 어긴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이다. 전자는 노동자의 소득과 워라밸 보장이고 후자는 이를 지켜주기 위한 강제수단인 셈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를 못 지키면 '빨간줄' 신세를 면치 못한다.

600만명의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의 덫에 걸렸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10.9% 올라 2년 만에 30% 인상이라는 최저임금 폭탄을 맞게 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 2%를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소상공인에게 2년에 최저임금 30% 인상은 재앙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감당할 능력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내년에 최저임금이 10.9% 더 오르면 76%가 감당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사업주들은 이를 따를 수 없으니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용노동부가 올 상반기에 최저임금 적용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업체는 작년보다 10% 늘렸는데 위반사업장은 44%나 많았다. 당연히 위반사업주는 범법자가 됐다. 작년 이전에는 최저임금이 연 7~8% 인상에 그쳤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범죄자가 되거나 범죄자로 낙인 찍히기 싫으면 삶의 터전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52시간 근무제도 사업주에겐 또 다른 부담이다. 근로시간을 어기는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사업 종류나 사업 형태, 근무 형태 등에 따라 수백~수천가지 경우의수가 존재한다. 일일이 법으로 정하지 못하고 기준도 모호한 만큼 예기치 못한 법 위반으로 생사람을 잡을 소지가 크다.

이게 아니라도 과도한 규제나 행정상 문제로 범법자로 내몰리는 상황은 차고 넘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 8일 승차공유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대해 "한쪽에서는 스타트업을 혁신성장의 주역처럼 치켜세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질서와 안전을 해치는 범법자 취급을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쯤 되면 일자리 정부가 아니라 범법자 만드는 정부다.

그러면서도 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가혹하다. 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을 위반했다고 해서 사업주를 징역형으로 다스리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일본 등 주요국가는 벌금만 부과한다. 독일, 헝가리는 과태료 처분한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은 "최저임금 위반을 이유로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과잉처벌"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라는 원인을 제공한 이상 결자해지해야 한다. 정부의 귀책으로 애꿎은 소상공인이 범죄자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불가피한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유예하고, 소상공인 지원대책이 확실히 마련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규정에서 징역형을 빼는 것은 당연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선의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촘촘하게 행정을 펴야 한다. 법(처벌)보다 사람이 먼저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