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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파업 결의한 금융노조

출근 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역을 나오다보면 이 무더위에도 정장을 입거나 긴팔의 하얀 와이셔츠에 깔끔한 복장의 젊은 직장인들이 넘친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모여있는 여의도 출근 풍경이다.

금융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처럼 흰 와이셔츠에 슈트를 입은 세련된 모습이다. 금융회사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취준생의 40% 이상이 금융권 취업을 희망한다. 은행의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은 수십대 1은 기본이고 100대 1을 넘는 일도 있다. 비금융권에서 일하는 젊은 후배는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금융회사의 인기가 좋은 이유는 높은 연봉과 다채로운 복지제도, 안정적인 근무환경 등을 꼽을 수 있다. 금융업종의 평균 연봉은 전체업종 가운데 줄곧 1위를 달린다. 국세청에 따르면 금융업종 평균연봉은 8000만원에 이른다. 신입사원 연봉도 4000만원을 넘어 일반 대기업을 웃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도 5명 중 1명 이상이다.

금융맨들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총파업을 결의했다. 금융노조는 7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만3427명 가운데 82.2%가 투표해 찬성률 93.1%를 나타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했던 성과연봉제를 막기 위해 2016년 7월 19일 치러진 찬반투표에서 나온 86.8%의 투표율과 95.7%의 찬성률 못지않다.

금융노조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3만명을 추가 고용해야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은행원들은 하루 평균 11시간, 연간 2750시간을 일한다. 2명 중 1명이 매일 야근한다. 금융노조는 평가시스템인 '핵심성과지표'(KPI)가 직원 간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과로를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은행 문을 닫고, 늘어난 정년에 맞춰 임금피크제 시행연한 확대와 정년을 63세로 늦춰달라고 요구한다.

금융맨들도 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알바 직원보다도 못한 돈을 버는 편의점주나 벼랑 끝 삶을 사는 자영업자, 청년 백수들이 넘쳐나서 그런지 총파업 결의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