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北 석탄 위장수입, 우리가 뒷문 열다니

대북 제재 당사국으로서 있어선 안 될 일 벌어져

국내 수입업체들이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몰래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업자들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총 66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선철 3만5038t을 국내로 불법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수입업자 3명과 기업 3곳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고 외교부 등 관련기관에 통보했다.

관세청이 밝힌 중간수사 결과가 맞다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산 석탄의 불법 반입과 관련, "국익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면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공세를 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는지, 정부가 알고 있었는지 밝히는 것은 중대한 외교 현안"이라고 말했다.

불법 반입이 이뤄진 지난해 4~10월은 한·미 양국이 한창 최대압박 전략을 펼 때다. 당시 국내 언론은 중국이 이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북한산 석탄은 주로 중국으로 수출된다. 유엔 안보리는 바로 여기에 족쇄를 채웠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구멍은 뜻밖에 우리 쪽에도 뚫려 있었다. 대북제재는 국제사회와 한 약속이다. 더구나 한국은 북핵 이슈의 당사자다. 우리가 제재를 어기면 중국·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 약속 이행을 요구할 염치가 없다.

올 들어 남북, 북·미 관계는 큰 전환기를 맞았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두 번 만났고, 6월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북한은 지난달 미국에 미군 유해를 인도했다. 오는 13일엔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분명 분위기는 밝아졌다. 하지만 북핵 제거라는 본질로 들어가면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따라서 지금은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풀 때가 아니다.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는 성급하다. 오히려 지금은 비핵화 목표를 향해 한·미 간 공조의 틀을 다잡을 때다.

당장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이 되지 않도록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가 급선무다. 미국은 유엔 제재 외에 독자적으로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 중이다.
자국 기업은 물론 제3국 기업도 제재 대상이다. 공화당 테드 포 하원의원은 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연루된 기업이 한국 기업이더라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산 석탄을 쓴 남동발전 또는 모회사 한국전력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사태를 잘 마무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