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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민주, 기득권 사슬 못 끊으면 진보 아니다

신기술 유입 막는 낡은 규제 고치지 않으면 미래 어두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규제개혁 입법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각종 규제를 푸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집권 이후에도 지난 1년여 동안 이런 입장이 유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옹호론의 입장을 지속하는 동안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올 들어 심화되고 있는 고용부진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규제개혁으로 선회하면서 당내 혼선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규제개혁 쪽으로 돌아서고 있으나 다른 의원들은 여전히 규제옹호의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IT기업의 지분 제한을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여야 3당은 은산분리 완화 특례법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현재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지분소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4%(민주당)∼50%(야당)로 늘리자는 입장이다. 수치는 차이가 있으나 은산분리 규제를 푼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10일 최대주주가 금융자본일 경우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을 25%까지 허용하는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산업자본의 지분소유 한도를 늘리긴 했지만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를 여전히 금융자본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IT자본이 인터넷은행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어서 은산분리 규제를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규제개혁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반대 기류는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빅데이터 이용을 활성화 하기 위한 비식별 개인정보 규제완화,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 등의 문제도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규제개혁 추진에 대해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규제를 부분적으로 풀 수는 있지만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 관련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경제와 사회의 변화·발전을 촉진하는 각종 신기술을 신속하게 흡수해야 한다. 근세 초기 일본은 서양의 앞선 문명을 받아들여 재빨리 산업혁명을 완수했다. 조선은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아픔을 겪었다. 신기술을 배척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규제 중에는 필요한 규제도 있다. 그러나 규제가 길어지면 대체로 기득권 집단이 생기고 그것이 경제·사회 발전을 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야당은 명분만 갖고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당은 신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드는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 민주당의 뿌리 깊은 규제옹호론이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것인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