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9월 평양 가는 文대통령, 어깨가 무겁다

北 비핵화에 차질 없어야 종전선언은 서둘 것 없어

남북이 9월 중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제안으로 13일 판문점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을 통해서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이와 연계된 종전선언 논의가 헛바퀴만 돌리고 있는 가운데 맞은 청신호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만남이 한반도 평화 구축을 향한 새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정상회담은 지지부진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가속 페달을 밟는 무대가 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 된 밥'인 양 비쳐졌던 비핵화 협상은 여지껏 알맹이 있는 결실은 맺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참관하지 못한 가운데 북한이 핵 실험장 한 곳과 서해안 미사일엔진 시험장 폐쇄 이벤트를 벌인 게 전부다. 이후 북한은 할 만큼 했다며 체제보장의 첫 단추 격인 종전선언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부정적이다. 외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추지도 않았다. 그사이 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계속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북·미 간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식의 샅바 다툼이 장기화하는 것은 좋은 조짐일 리는 없다. 자칫 비핵화가 무산되면 남북 관계도, 북·미 관계도 대치상태로 회귀할 개연성이 커서다. 10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의 시작부터 끝 단계까지 절차에 관한 특정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북한이 모두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3차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북핵협상 촉진자 역을 자임해야 할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3차 정상회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한 점이 주목된다. 혹시라도 그 이면에 각종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북측의 불만이 깔려 있다면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수록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추후 접촉에서 북측에 9월 중 종전선언을 바란다면 미국이 요구하는 핵시설 신고 리스트부터 제출하도록 설득하란 뜻이다. 문재인정부는 '비핵화-체제보장-남북 협력'이라는 3갈래 패키지딜에 관한 한 우리가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의 공동보조에서 섣불리 이탈하는 것은 자승자박의 악수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