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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여야, 경제난국 급한 불부터 끄라

文대통령·야당대표 회동..구동존이의 자세 보이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등과 협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성장 지체와 일자리난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북한 비핵화 문제도 꼬이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여야 간 이견은 여전했다지만, 진작 만났어야 했다.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실용적 관점으로 보면 그렇다. 이번 오찬을 계기로 청와대든, 여야 지도부든 피차 시각차는 인정하더라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대의를 지키길 당부한다.

각종 국정 현안을 놓고 여야 간 입장차는 첨예하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경제협력의 효과가 17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칫 심각한 수준의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평화경제론이란 장기 비전을 제시한 셈이다. 반면 비핵화 협상도 지지부진한 터에 먼 미래의 남북 공통이익보다는 소상공인 등 우리 서민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눈을 돌리자는 게 김 위원장의 취지인 듯싶다. 이런 이견을 일도양단으로 어느 쪽이 맞다고 재단하기도 곤란하거니와 금세 타협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탁상공론만 벌이기엔 우리 경제는 절박한 상황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체감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더욱이 올 1·4분기 시장소득 기준 가구소득 지니계수는 역대 최고치(0.401)를 기록했다는 노동연구원 보고서를 보라. 현 정부의 친노동정책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이쯤 되면 여권도 "소득주도경제정책으론 만성적· 구조적 위기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기에 역부족"(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이라는 야권의 고언을 경청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물이 새어 들어오는 배에서 서로 키를 잡겠다고 다툴 순 없다.

다행히 접점을 찾을 여지는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야권에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염두에 두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규제 완화 의지까지 내비친 마당이다. 야권이 이날 소상공인 보호와 규제혁신을 위한 법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화답했다니 다행이다.
8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등 규제혁신법과 영세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안 등이 우선 합의,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실사구시적 자세가 긴요한 시점이다. 여야는 남북경협이나 선거법 개편 방향 등 근본적 정책이견은 본격 가동하기로 한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시간을 두고 절충하되 우선 손을 맞잡고 민생 현안의 급한 불부터 끄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