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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긴급 대책에 혼란 가중..전문가들 "인플레 악화될 것"

베네수엘라 긴급 대책에 혼란 가중..전문가들 "인플레 악화될 것"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EPA연합뉴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자국 통화를 96% 평가절하하고 최저임금을 60배 올리는 내용의 긴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경제 안정화에 전혀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물가상승만 부추길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화폐 사상 최대폭 평가절하·최저임금 60배 인상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밤 국영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90일 경제회복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새 통화인 '볼리바르 소베라노(최고 볼리바르)'가 도입된다.

볼리바르 소베라노는 기존 볼리바르를 10만 대 1로 액면 절하한 통화로 10만 볼리바르가 1볼리바르 소베라노가 된다는 의미다. 통화가치가 지금보다 95~96% 절하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대폭의 평가절하다.

새 통화는 베네수엘라가 자국산 석유에 토대를 두고 만든 디지털 가상화폐 '페트로'(Petro)와 연동된다. 1페트로(약 60달러)는 3600볼리바르 소베라노로 책정됐다.

월 최저임금은 300만볼리바르에서 1800볼리바르 소베라노(0.5페트로)로 전격 인상됐다. 올해 들어 5번째 인상 조치다. 액면가 기준으로는 60배, 암시장 달러 환율을 적용할 경우 34배 오르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한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하겠다는 계획도 재차 밝혔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싼 값에 제공되는 베네수엘라 연료가 콜롬비아 등 이웃국들로 밀수되는 관행을 뿌리 뽑고 이로 인한 비용 100억달러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등록된 대중교통 운영자들과 개인 자동차 보유자들에 대한 직접 보조금 등을 포함한 안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자동차 보유자들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국제유가를 적용받게 될 예정이다.

■전문가들 "혼돈 가중..인플레 악화 예상"
이날 발표는 베네수엘라 내 극심한 경제난과 초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왔다.

베네수엘라 경제 규모는 지난 2013년 마두로 취임 이후 절반 이상 줄었으며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100만%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폐가 휴지조각이 되고 식량과 식수,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워진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인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브라질 등으로 떠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래 경제위기로 국외 도피중인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230만명에 달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난 국가가 회복되길 원하고 방법도 갖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자신이 직접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IMF의 영향력이나 잘못된 처방은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아우성을 느끼지 못하는 전문가들은 누구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더 끌어올리고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컨설팅사 ODH의 이코노미스트인 아나벨라 아바디는 이같은 조치로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율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100만%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테시스파이낸시에라의 이코노미스트인 타마라 헤레라 역시 "안정화 단계나 투자 유인으로 이어질 만한게 전혀 없다"며 "매우 강한 인플레이션 영향이 있을 것이며 생산적인 시스템의 남아 있는 마지막 것까지 뽑아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코노메트리카의 엔켈 가르시아 이사는 "이번 조치들은 일관성 없고 모순된 구상들"이라면서 "어떻게 집행될지를 놓고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