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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푸틴 "가스관 건설 정치화 말아야" 훈풍 부는 독러 관계


메르켈-푸틴 "가스관 건설 정치화 말아야" 훈풍 부는 독러 관계
A handout photo made available by the German Federal Government shows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L) and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R) hold a joint news conference prior to their talks at the German government's guest house Meseberg Palace in Gransee near Berlin, Germany, 18 August 2018. Vladimir Putin pays a working visit to Germany to discuss the development of German-Russian relations as well as international issues. EPA연합뉴스

독일과 러시아 양국 정상이 3개월만에 다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행보와 이란 핵합의 탈퇴, 노드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 반대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독일 수도 베를린 인근 메제베르크 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3시간 반에 걸쳐 다양한 현안들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 5월 러시아 소치 정상회담 이후 불과 3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독일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이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영국에서의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양국이 충돌했던 것에 비춰보면 관계가 급진전한 셈이다.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행보와 이란 핵 합의 탈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독일 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노드스트림-2' 사업에 대해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맹비난하면서 양국이 더 다가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노드스트림-2는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으로, 미국과 동유럽 국가들은 이 사업이 완료될 경우 우크라이나 천연가스관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러시아에서 60~70%의 에너지를 수입한다"고 주장하면서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비난했다.

미 행정부는 노드스트림-2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및 개인들에 대한 제재 마련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8월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노드스트림-2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및 개인들에 대한 제재를 가할 권한을 부여한 바 있다.

한 미국 관료에 따르면 백악관과 국무부, 상무부, 에너지부에서 제재 관련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현재 제재를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에게만 부과할지, 사업에 자금을 대는 은행 등으로 확대할지에 대한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양국 정상은 노드스트림-2 가스관이 건설되더라도 우크라이나 경유 유럽행 가스관은 계속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사업이 정치화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두 정상은 '노드 스트림-2' 사업을 정치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면서 "(회담에서) 이 사업의 순수한 상업적 특성과 경쟁 우위에 대해 강조됐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두 정상이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전 메르켈 총리는 기자들에게 노드스트림-2 가스관 건설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관이 계속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 역시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이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이날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분쟁, 이란 핵합의, 시리아 내전 등의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회담에서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 터키 4자간 대화 형식으로 시리아 문제 해결 과정을 계속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다뤄졌다고 말했다.

이란 핵합의와 관련해 메르켈은 "독일은 핵합의 유지를 지지한다"면서 "하지만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시리아 내 상황(이란의 시리아내 군사력 강화)과 같은 이란의 행동을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도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합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 후 결과를 설명하는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