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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사람]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울산미술관 건립 정치적 이용 안돼"

울산고유 문화브랜드 창출.. 시립미술관으로 출범 기대

[이슈 & 사람]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울산미술관 건립 정치적 이용 안돼"


【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건립과정에서의 울산시장의 시정철학 반영 여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일부 지자체에서 미술관 운영에 관한 전문성이나 경력도 없는 인사가 시장의 선거참모 또는 선거를 도왔다는 이력으로 시립미술관장에 임명되거나 부적절한 참견을 일삼아 미술관이 지역의 패거리 정치의 현장으로 전락하고 미술계나 지역문화발전에 폐해를 끼친 사례가 많아서다.

논쟁의 한복판에 전문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사진)이 오랜 경험과 해박한 전문지식에 근거해 과감하고 혁신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어 호평을 얻고 있다.

김 전 관장은 동경대학 대학원문화자원학과 객원교수, 예술의전당 예술감독, 대유문화재단 영은미술관장을 역임한 바 있다.

미술관 건립과 울산시장의 시정철학 반영에 대해 김 전 관장은 "시정철학과 예술창작이란 '대립 관계항'이 아니다"며 "합리적 상생은 오히려 동시대의 보편미학에 대해 한 도시의 강력한 집합적인 개성을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바티칸에 있는 라파엘의 '아테네학당' 이 15세기말 르네상스 시대정신, 그것도 세계종교로서 확대돼 가던 기독교의 이상을 담보하며 르네상스의 고전양식을 완성할 수 있던 원동력도 바로 당시 교황청의 적극적 개입과 협력에 기인했고 28세 라파엘의 지식과 교양에서 자유분방하게 창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역 패거리 정치에 이용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기인한다면 시정철학이 미술관 건립 과정에 절대 투영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논쟁인 미술관의 정체성에서도 김 전 관장은 "울산시립미술관은 앞으로 미술관의 건축과 소장품, 전시, 거리의 표지판과 배너, 아트상품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로 미술관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담보해 울산시를 브랜드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술관의 정체성은 한 번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개관전을 비롯해 개관 이후 추진할 전시와 교육 및 부대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생산하고 축적해 가면서 구체화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근 열린 전문가회의에서 불거진 레플리카(replica.복제화) 전시 논란에 대해서는 "논란의 핵심은 레플리카 소장품에 있었다"며 "울산시립미술관이 미술관 등록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할 조건으로서의 소장품 100점은 오리지널이어야만 하기에, 레플리카 소장품 구입은 거론의 대상도 아니었다"고 정리했다.

김 전 관장은 울산시립미술관의 운영 방향과 거는 기대에 대해 "국내 최고의 소득수준을 견지한 산업도시이고 다른 도시에 비해 시민들의 연령이 젊은 세대로 구성된 점이 울산시립미술관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앞으로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런 만큼 지역 패권정치의 역학에서 독립해 미술관 전문인과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 시민들이 공동참여 속에 21세기 울산고유의 문화브랜드를 창출하는 미술관으로 출범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미 21세기형 새로운 뮤지엄들이, 인문사회와 각종 첨단 산업과 하이테크놀로지의 융복합, 그리고 세대를 망라한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 미술관의 전시, 교육 및 엔터테인먼트의 체험을 제공하며 창조도시로의 혁신동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산업도시 울산의 시립미술관은 4차 산업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가치를 선도적으로 생산하면서 시민들과 더불어 공유하며, 울산시민의 소통과 공감의 장으러21세기 공공미술관의 롤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송철호 울산시장의 시장직 인수과정에서 시공업체 선정 입찰을 두고 논란을 빚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은 민선 7기 시정철학이 담긴 미술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인수위의 요청에 따라 지난 7월 2일 사업이 전격 중단됐으며 현재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다. 3차례의 전문가위원회를 거쳐 오는 29일에는 시민토론회가 열린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