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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긴박감 볼 수 없는 당·정·청 긴급회의

고용쇼크는 위기 수준인데 정책 기조 바꾼다는 말 없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일요일인 19일 급히 모였다. 그만큼 7월 고용쇼크의 충격이 컸다. 7월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5000명 증가에 그쳤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로선 참 고약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고 대신 혁신성장으로 정책의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당·정·청은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듯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누구보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정부는 고용시계가 정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만 했다. 차기 민주당 대표에 출마한 이해찬 의원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고용쇼크에 대해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성장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3개월이 지났다. 언제까지 전 정부 핑계를 댈지 궁금하다.

소득주도성장이 오작동을 일으킨 현장은 곳곳에 있다. 고용은 미끄럼을 타고 있고, 빈부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올해 성장률은 3%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제가 판 함정에 빠졌다. 대선 때 소득주도성장을 만병통치약인 양 포장했다. 분배와 성장이 동시에 온다고 선전했다. 그랬으니 지금 와서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면 제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격이다. 그래서 자꾸 멈칫댄다.

하지만 정권 체면 때문에 서민경제가 무너지는 걸 방치해선 안 된다. 과감하게 소득주도성장과 결별을 선언하고 대신 혁신성장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포용적 성장으로 슬쩍 갈아타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아예 틀을 바꿔야 한다. 이 일은 오로지 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경제·일자리수석에 이어 청와대 경제 참모진을 싹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2일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발병 원인은 그냥 둔 채 연고만 발라선 병을 고칠 수 없다.

7월 고용지표는 20년 전 외환위기, 10년 전 금융위기 때나 보던 숫자다. 그럼에도 정부 대응책엔 긴박감이 보이지 않는다. 정책 기조를 그대로 둔 채 조금 손질하는 식이다. 땜질 처방으론 고용쇼크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최근 실사구시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자고 제안한 것이 좋은 예다.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제 소득주도성장은 공개적으로 포기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