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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LNG 재액화 기술’ 신경전

한국업체들 독자적 기술로 대형 LNG선 수주 싹쓸이..기술 격차 0.01%대 초접전

조선 빅3 ‘LNG 재액화 기술’ 신경전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핵심기술인 '재액화시스템'의 효율을 놓고 0.01%대의 초근접전을 벌이고 있다. 재액화시스템은 한국 조선사들의 특화된 기술인데, 조선 빅 3는 누가 더 재액화율이 우수한지에 대해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9일 영국의 해운조선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발주된 대형 LNG선은 총 34척이며, 모두 한국 조선사들이 쓸어담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15척, 대우조선해양 12척, 삼성중공업이 7척을 수주했다. 일본이나 중국업체들이 얼씬도 못하는 한국 업체들만의 독무대인 셈이다.

한국업체들이 유독 LNG선 수주를 독주하고 있는 이유는 독자적인 기술력 때문인데, 그중 핵심이 재액화시스템이다. LNG는 운반 도중에 가스가 서서히 증발하는데, 이를 자연기화율(BOR)이라고 한다.

국내 조선사들은 기화되는 가스를 다시 액체상태로 만들어 가스창에 되돌려 보내는 재액화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선주들이 재액화 시스템을 기본 옵션으로 선택할 만큼 만족도가 높은 기술이라는게 조선사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멤브레인 가스창(국내산 LNG선에 탑재되는 가스저장고)의 경우 하루에 약 0.07% 가량 증발하는데, 연간으로 따지면 허공으로 날아가는 돈이 약 100억원에 달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증발되는 가스량을 0.01~0.02%만 줄여도 운반하는 업체에게는 큰 이익이 되기 때문에 선주들이 매우 선호 하는 시스템"이라며 "재액화시스템을 탑재하더라도 선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요즘 선주들은 기본으로 선택하는 사양이다"고 설명했다.

재액화시스템은 조선3사가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개발을 시작했지만, 지난 2014년에 대우조선해양이 가장먼저 상용화에 성공했다.

올해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LNG선은 모두 재액화시스템이 탑재됐다. 그런데 재액화 효율을 놓고 조선사들의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부터 자사의 기술이 증발 가스를 '0%'로 만드는 '완전재액화' 라고 홍보하면서, 타사의 부분재액화 시스템과 차별화를 시도 하고 있다.

그러자 나머지 두 조선사는 현실적으로 날아가는 가스를 100% 되돌려 놓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완전'과 '부분' 재액화로 구분짓는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014년에 부분재액화 시스템을 선보여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그해 연말 증발가스를 전부 액화 시키는 완전재액화를 선보였다"며 "최근 수주선박에 들어가는 시스템은 내부 시험을 거친 결과 증발가스가 0% 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증발가스가 0%일수는 없다.
우리의 재액화시스템은 BOR이 0.017%로 사실상 완전재액화라고 할수 있다"며 "완전이라는 말을 사용하려면 이런 수치를 확실히 공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은 자사 재액화시스템의 BOR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술 구현 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재액화기술은 비등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보면 된다"며 "향후 경쟁은 현재 프랑스 GTT사에 로열티를 내고 있는 가스창을 독자 기술로 완성하는 것에서 더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