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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휴일 긴급회의]4조 재정보강 속도 내고 내년 일자리예산 22조로 늘린다

일자리 초비상 걸린 정부..세금 추가로 걷혀 재정 충분
임시처방 재정 투입 비판도..청년 일자리 근본대책 필요

[당정청 휴일 긴급회의]4조 재정보강 속도 내고 내년 일자리예산 22조로 늘린다
7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5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에서 학생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이례적으로 휴일에 긴급 당정청 회의를 개최한 것은 7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5000명에 그치는 등 당초 예상보다 고용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다. 출범 후부터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일자리 정부'로선 당혹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일단 정부는 내년 일자리예산을 대폭 증액해 고용침체에 대응하기로 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선 추가 재정투입만 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연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주장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다만 고용침체가 구조적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는데도 '임시처방' 성격이 짙은 재정투입에만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자리지표 '빨간불'에 정부 책임론 확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 1월(-1만명)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저 증가 폭이다. 실업자 수도 7개월째 100만명을 넘어섰다.

세부 지표를 보면 일자리 양극화 심화 조짐까지 관찰된다. 지난달 대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9만명 증가해 지난해 4월(42만명)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크게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고졸 취업자는 28만8000명이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3만5000명 감소한 이래 9년4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고졸 취업자는 올해 2월(-5만명) 이후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졸 이하 취업자도 9만7000명 줄었다.

직종 간 일자리 격차도 확대됐다.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직은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21만9000명 줄어들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관리자·전문가는 13만8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4월(19만8000명) 이래 1년3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통상 고졸·단순노무직은 대졸·관리직과 비교해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임금도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소득분배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1·4분기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은 1년 전보다 8% 감소해 2003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감소폭이 컸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득 상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1·4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9.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지표는 2003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좋지 않았다.

■또 임시처방 재정투입 하나

정부는 고용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확대로 대응할 방침이다. 일단 내년도 일자리예산을 대폭 증액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도 본예산 기준 일자리 분야 재원은 1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2조1000억원) 증가했다. 추경 예산까지 합치면 20조원까지 확대됐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당초 목표였던 5.7%보다 높여 7.7% 이상으로 가져갈 방침이다. 이 경우 2009년(10.6%) 이후 9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다. 이날 당정은 내년 일자리 관련 예산을 올해 증가율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도 일자리예산만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2차 추경에 나설 가능성도 대두된다. 현재 정부 목표치보다 세금이 추가로 걷히고 있어 재정여력은 충분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세 수입은 15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3000억원의 세수가 더 들어왔다. 정부 목표치 대비 실제 더 걷힌 세수 비율을 의미하는 세수진도율은 58.6%로, 3.7%포인트 상승했다. 3월 이후 세수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초과세수 20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재정여력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2차 추경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쳐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경제여건이나 세수 상황으로 봐서 2차 추경이 일리는 있다"면서도 "본예산과 추경예산을 같이 한다는 부담 등 여러 여건상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정부에서도 이론적으로 검토를 안한 건 아니지만 실행에 옮길 정도로 구체적 검토는 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4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패키지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역대 최대 일자리예산과 더불어 정부 출범 후 두 차례에 걸쳐 15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추경을 편성했는데도 고용여건이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점에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청년일자리 대책은 근본적 원인은 파악하지 않은 채 재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풀려고 하니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며 "재정을 통한 일자리정책은 일시적으로 증가할지 모르겠지만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진 해법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엇갈린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 실장이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고용상황도 개선될 것"이라고 언급한 반면 김 부총리는 "경제정책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시 개선 또는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