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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강산서 이산가족 상봉]'평균 81세' 남은시간 많지 않아… 상봉규모 확대 절실하다

[Cover Story]이산가족 상봉 2년10개월 만에 재개
1988년 상봉신청 받은 후 고령으로 절반이상 사망
5만7000명 만남 애태워.. 100명 남짓한 상봉규모론 영영 못보고 눈감을 수도
면회소 상시운영·정례화 등 북미관계가 열쇠 쥐고 있어

[20일 금강산서 이산가족 상봉]'평균 81세' 남은시간 많지 않아… 상봉규모 확대 절실하다
[20일 금강산서 이산가족 상봉]'평균 81세' 남은시간 많지 않아… 상봉규모 확대 절실하다
이산가족 상봉이 2년10개월 만에 20일 재개된다. 한국전쟁 이후 분단 상황이 70여년 지속되면서 고령에 따른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의 사망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이산가족 평균 연령이 81세인 만큼 분단의 아픔과 생이별의 한을 달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규모 확대 및 정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미국이 최근 비핵화 등을 압박하기 위해 남북 인도적 교류마저 제동을 걸고 있어서 이산상봉 규모 확대 등을 위해선 북·미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또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엔 공감하지만, 규모 확대를 위해 중국 류경식당 탈출 여종업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북측의 의도를 파악해 상봉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면, 62%를 차지하는 8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들은 영영 만남의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산상봉 신청자 60%가 80세 이상

19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1988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받은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신청자 수는 13만2603명에 이른다. 하지만 고령에 따른 사망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7만5741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절반도 남지 않은 셈이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60% 이상이 80세 이상 고령이라는 점도 문제다. 특히 90세 이상 신청자는 전체의 21.4%인 1만2146명으로 이미 한국인의 기대수명인 82.4세를 한참 넘기고 있다. 즉 이산가족 상봉이 지금보다 자주 또는 대규모로 진행되지 않는 한 가족과 만나보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산가족 중 사망자가 연평균 3600명에 달하고 있고 상봉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사망하는 이산가족은 2400명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사망자 누적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는 남측 89명 북측 83명이 상봉에 나선다. 현재 남측 상봉 신청인이 5만7000명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존 상봉 방식의 한계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살아서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날 가능성 자체가 요원한 것이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상봉의 정례화와 대규모 상봉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추동력을 얻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주민등록 관리 등에 전산화가 이뤄져 있지만 북한의 경우 일일이 사람이 개입해 이산가족 상봉신청인과 관련된 사람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상봉 규모 확대 키는 北·美가 쥐고 있어

이산가족 상봉 규모 확대의 키는 미국과 북한이 쥐고 있다.

북·미 간 비핵화·체재보장 후속조치가 지연되면서 미국이 남북교류를 억제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압박하며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금강산관광·남북 철도사업뿐 아니라 800만달러(약 90억원) 대북 인도적지원까지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조만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으로 북·미 후속조치가 속도를 낼 경우 인도적인 조치부터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북측도 이산가족상봉은 같은 민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규모를 확대하는 것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북측은 중국 저장성 닝보 류경식당 여종업원 12명의 집단 탈출 사건을 이산가족상봉 규모의 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측은 우리도 같은 민족인데 이산가족 상봉이 100명, 200명으로 선을 긋지 않고 계속 연결시키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며 "다만 여종업원들이 전 정권의 공작으로 남측으로 간 것이니 이것을 해결해야 이산가족상봉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국제적십자위원회를 통해 제3지대에서 여종업원들의 자유의사를 묻고 그들이 남측·북측·제3국행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통일부는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이산가족상봉에 대해선 북한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
이산가족들은 6·25전쟁 이후 68년 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절실함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북측 당국은 체제 특성상 우리만큼 절박하진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오랫동안 이산상봉행사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북측은 이산상봉 행사 중에도 사소한 문제 등으로 꼬투리를 잡아 상봉 일정을 축소·지연 시키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라며 "이산상봉 문제에 관해선 우리측이 철저한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어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