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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강산서 이산가족 상봉]"형님 만나면 아버지를 어디에 모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20일 금강산서 이산가족 상봉]"형님 만나면 아버지를 어디에 모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19일 1차 상봉단 김영수 할아버지가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속초·서울=공동취재단 강중모 기자】 "형님과 여동생을 만나면 제일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를 어디에 모셨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또 건강하게 오래 살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돼서 고맙다는 말을 전할 겁니다."

19일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여든 한 살 김영수 할아버지는 북녘에 있는 가족을 만나면 다른 가족들의 생사와 언제 돌아가셨는지를 묻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황해도 은율군 이도면에서 아버지와 형, 여동생과 살았고 한국전쟁 발발 이후 형은 인민군에 징집됐다. 1951년 1·4 후퇴 당시 김 할아버지는 징집을 피할 목적으로 인국 석도로 피난을 갔고 이후 1952년 영국 군함을 타고 남쪽으로 오면서 이별을 하게 됐다.

어머니는 한국전쟁 3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고 형은 6월 24일 휴가를 와서 다음 날이 전역일이라고 말했지만 바로 전역 당일 전쟁이 시작되면서 부대로 복귀하게 되면서 얼굴을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김 할어버지는 "솔직히 형과 여동생을 만나도 가족들이 어떻게 됐는지를 물을 뿐, 북한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안부를 전하는 것 외에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형은 어렸을 때 외가에서 살았기 때문에 같이 산 기간이 길지 않고 아버지와 여동생과는 좀 오래 지냈지만 여동생의 경우도 13살 때 헤어지게 됐다"면서 역시 가족들과 별로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고, 묻고 싶은 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할 말이 없다는 말과는 달리 김 할아버지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최초로 할 때 이북5도청에 신청을 했다.
그 당시에 신청을 해도 안됐지만 이번에 적십자사의 명단에 들면서 방문이 성사됐다. 김 할아버지의 장남인 김동호씨도 "가족들과의 이별이 아버지에게는 평생의 큰 한이 됐을 텐데 그래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라면서 "아버지가 많이 우실 듯한데 옆에서 추스릴 수 있도록 도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형님과 여동생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것만으로 고마울 일"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