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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1차 상봉]가족관계 꼼꼼히 묻고 나서야 "내 아들 맞네, 맞아" 함박웃음

이산가족들의 눈물 나는 사연

[이산가족 1차 상봉]가족관계 꼼꼼히 묻고 나서야 "내 아들 맞네, 맞아" 함박웃음
며느리 만난 최고령 101세 할아버지 회한의 눈물과 기쁨, 감동의 눈물이 뒤섞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첫 단체상봉 행사가 20일 오후 북측 금강산호텔에서 열렸다.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 신청자인 백성규 할아버지(101)가 북측 며느리 김명순씨(71)와 손녀 백영옥씨(48)를 만나 크게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 이태희 기자】 "아버지께서 1969년 돌아가셨다 생각하고 제사를 지냈다. 알고보니 실제 돌아가신 날짜는 2000년이었다."

신종호씨(70)는 20일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측에서 온 이복동생들을 만났다. 6·25전쟁 당시 헤어진 아버지가 이북에서 결혼해 낳은 동생들이다. 신씨는 아버지가 진작 돌아가셨을 것이라 생각하고 30년간 제사를 지내왔다. 이날 이복동생들을 만나서야 아버지 돌아가신 날이 2000년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씨는 상봉행사가 있기 전날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제 정신이 아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상봉행사에서 뜻밖에 만남을 기대한 이산가족도 있다. 김종삼씨(79)는 지난 2012년까지 개성공단에서 함께 일했던 인부가 자신의 조카일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김씨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인부 15명과 목수 일을 하면서 이 중 한명을 조카라 짐작했다. 그러나 최종 확인 결과 동명이인에 비슷한 연령대의 인물로 확인됐다. 다만 김씨는 이날 6·25전쟁 당시 헤어졌던 큰형 김영태씨의 아들이자 조카 김학수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한일씨(91)는 상봉장에서 만난 여동생 김영화씨(76)와 조카 김명천씨(49)에게 속죄의 뜻을 전했다. 김씨는 상봉 전날 이뤄진 인터뷰에서 "내가 장남인데 집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이 대단히 강하다"며 "내가 나와서 이북의 가족들이 더 고생한 것은 아닌지 용서를 빌고싶다"고 전했다.

헤어진 부자의 상봉도 눈에 띈다. 이기순 할아버지(91)는 상봉장에 도착해 자신의 아들을 만났지만 지나간 세월만큼 아들의 존재를 믿을 수가 없던 거 같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진짜 자신의 아들이 맞는지 꼬치꼬치 가족관계에 대해 물었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제야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내 아들이 맞아. 내 아들이야. 내 아들"이라며 부둥켜안았다. 이에 반해 아들은 상봉장에 들어설 때부터 눈이 부어 있었다. 북녘 며느리는 만남 내내 사과며 배며 깎아 입에 넣어주면서 못다한 효도를 몰아서 했다.

한편, 이날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나온 우리측 상봉인원들은 방북을 위한 사전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에는 과도한 선물이나 현금을 주는 것이 금지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날 단체상봉을 진행한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만남을 이어간다. 북측 의뢰로 24일 금강산으로 향하는 상봉인원들도 이와 비슷한 일정을 진행하게 된다.

gole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