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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감시자 늘어난 재계… "檢이 담합 판단할수 있나"

두곳 동시조사 부담 가중, 과징금·형사처벌 이중처벌 '교통정리' 요구 목소리도

"담합은 경제학적 분석이 필요하고, 이런 걸 분석하라고 만든 게 공정거래위원회다. 이걸 검찰에 넘기겠다는 건 공정위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 데다 검찰과 공정위가 동일 사안에 대해 동시 조사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21일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에선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로 담합 등 공정경쟁 조사를 이중으로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기업의 자진신고제도인 리니언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선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공소제기(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이날 공정위와 법무부가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하면서 기업의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없이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됐다.

■담합 판단, 검찰이 할수 있나?

기업 입장에선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자가 늘어난 셈이다. 한 기업관계자는 "담합행위의 대부분이 리니언시를 통해 고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검찰이 직접 기소에 나설 경우 리니언시를 통한 처벌의 경감이나 면제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어떤 기업이 담합을 자진신고하겠느냐"고 말했다. 리니언시는 담합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처벌을 경감·면제하는 제도로 지난 1997년 도입됐다. 2016년 공정위에 적발된 담합사건 45건 중 27건(60%)이 리니언시를 통해 적발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공정위와 법무부는 행정처분뿐 아나리 형사처벌도 감면하는 법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검찰 조사 자체가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검찰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앞서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준 이유도 시장 상황이나 분석에 따라 담합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경제학적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담합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리니언시를 적용할 경우 형사처벌을 감경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지 알 수 없다"며 "리니언시 기업은 형사처벌 면제 조항을 명문화해야 기업들의 참여도와 제도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벌에 대한 '교통정리' 필요

경제단체들도 형사처벌과 과징금에 대한 교통정리가 선행돼야 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처벌 제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담합에 대해 미국은 형사처벌만, 유럽연합(EU)은 과징금만 내리는 반면 우리나라는 형사처벌과 과징금이 동시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기관의 발표만 보면, 공정위 조사와 검찰 조사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정말 양쪽에서 기업들을 옥죌 수 있다"고 주장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