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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건설경기 꺼졌는데 보유세 또 올린다니

김현미 국토 "공시가 현실화".. 정책실패를 집주인에 떠넘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주택시장 상황 인식과 처방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김 장관은 21일 국회 결산·업무보고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에서 공시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오는 10월부터 시작하는 공시가격 조사에서 올해 집값 상승분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과열지역에 대한 불법행위 점검, 편법증여 세무조사 강화와 함께 투기지구 추가지정을 하겠다고도 했다. 다시 뜀박질하는 서울 집값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공시가격을 더 높여 세부담을 확대하고 규제도 더 강화하는 방법으로 다시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여주면 오죽 좋겠나. 그러나 공시가격을 올려 세금을 더 걷겠다는 처방에 여론은 들끓는다. 정책 실패로 집값을 올려놓고 그 책임을 주택소유자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거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간단치가 않다. 보유세 부담 증가에 따른 조세저항은 물론이고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수십가지 사회보장 정책과 연결돼 있다. 당장 뛰는 집값에 대한 처방도 아니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 지는 주무부처 장관의 생각치고는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집값이 오르면 규제와 세금으로 억누르면 된다는 식의 '규제 만능주의' 정책은 더 이상 안 통한다는 것이 시장을 통해 속속 드러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서울 집값 상승률이 지난해 1년치 상승분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시장에는 매물이 씨가 마르고 대기수요는 이어진다. 이렇게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사실상의 최후 규제수단으로 여겼던 다주택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카드는 1년도 안 가서 힘이 빠졌다. 양도세 중과는 매물마저 줄여 수급불안을 가중시키고 가격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찍어누르기 정책수단도 소진돼 더 이상 쓸 카드가 없고 풍선효과만 부른다. 오죽하면 강남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8·2대책이 강남권 주택에 대한 갭투자를 줄여 '그들만의 리그'를 지켜줘서 김 장관에게 고맙다고 할 정도다.

김 장관의 주택시장 상황 인식과 대응은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쏙 빼닮았다.
잘못된 정책을 고집한다는 점에서다. 김 장관은 이제 1년간의 '정책실험'을 끝내야 한다. 공급확대라는 정공법으로 집값을 잡고 경제를 살리고 고용도 늘리는 통큰 정책을 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