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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또 파열음 … 시장도 혼돈

갈등→봉합→갈등 악순환 기업들도 갈피 못잡아
야권은 비판 수위 높여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7일 '고용쇼크'와 '분배 악화'의 원인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는 지적에 대해 "일부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긍정이든 부정이든 짧은 시간 내 정책 효과를 판단하긴 쉽지 않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발언의 '톤'은 낮았지만 표현은 분명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중단 없는 추진 방침을 밝힌 청와대와 정부 경제라인 투톱 간 갈등이 임시봉합 며칠 만에 이날 다시 엇박자 속에 거친 파열음을 낸 것이다.

전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용쇼크 통계 발표 이후 여론의 부정적 평가에도 소득주도성장론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갈등→봉합→갈등'의 순환 사이클이 재등장하면서 고용과 투자의 주체인 기업은 물론 정부 정책의 향배를 보고 방향성 등을 잡고 있는 시장의 우려와 혼란도 한층 커지게 됐다.

김 부총리는 "자영업자나 근로소득자가 잡(job·일자리)을 유지했을 땐 긍정 효과가 있지만 일부 업종과 계층은 고용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부분이 혼재돼 있다"고 했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전날 장하성 실장은 주말임에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의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소득주도성장론을 적극 옹호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가 이날 다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임시봉합에도 불구하고 경제라인 투톱 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둘러싼 간극이 여전함을 보여주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소득주도성장의 장점과 정책효과를 설득해야 할 야당과의 공방에 앞서 청와대와 정부 내 정책혼선에 대한 교통정리 문제가 무엇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정부 내부 혼선이 이처럼 장기화되면서 시장이 느끼는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투자를 해야 할 기업이나 금융권 그리고 시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소기업, 자영업자까지 급한 불을 꺼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내부 혼선만 거듭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되고 있다.

야당은 이날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고수 방침에 거세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오기도 아니고 '무데뽀'로 밀어붙인다"고 했다.

또 전날 통계청장 교체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고용지표 등 잇단 지표가 최악으로 드러나는 데 대한 경질성'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과학적 통계분석이 나온 내용을 수용하지 않고 통계청장을 경질한다는 것은 국가권력이 일방적 독주로 가야 하기 때문이 아니냐"며 "대단히 위험한 국정운영 방식"이라고 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성장 성과가 곧바로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정체되고 있는 것이 한국 경제의 현재 구조"라면서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자세가 시급하다. 국가경제의 마지막 골든타임인만큼 정부가 제대로 된 해법을 서둘러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