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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내년 초슈퍼예산, 재정건전성 우려된다

9.7% 늘어난 470조원 규모 재정 풀어 경제 살리기 한계

정부가 28일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내놨다. 전년 대비 증가율(본예산 기준)이 9.7%로 2009년(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다.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전체의 34.5%(162조2000억원)가 투입된다.

일자리, 혁신성장, 소득분배, 삶의 질 개선 등이 시급한 현안이란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의 씀씀이가 늘어나는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예산 증가율(9.7%)이 내년의 경상성장률 전망치(4.4%)를 두 배 이상 앞지른다. 재정수입 증가율 전망치(7.6%)와 비교해도 2.1%포인트나 높다. 경제의 감당 능력이나 재정수입이 불어나는 속도에 비춰볼 때 과도한 팽창예산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도한 재정확대 기조는 1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향후 5년간(2018~2022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8%에서 7.3%로 1.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같은 기간의 연평균 경상성장률 전망치(4.6%)나 재정수입증가율 전망치(5.2%)보다 월등히 높다. 이런 식이면 머지않아 국가재정이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실질적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율이 올해 1.6%에서 내년에 1.8%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씀씀이를 가파르게 늘리는 것은 그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세금이 잘 걷히는 데다 국가재정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수 호조는 일시적 현상이며 길어야 1~2년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매년 막대한 세수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불과 5년 전 일이다.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9.4%로 예상돼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나 재정지출은 한번 둑이 허물어지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국가채무비율이 지난 5년(2012~2017년) 사이에만 6%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점도 잠재적 불안요인이다.

정부의 무리한 재정지출 확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도화선이 됐다. 민주당은 올 들어 고용과 분배 관련 지표들이 나빠지자 재정을 최대한 동원하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6월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깜짝 놀랄 만한 정도로 재정지출을 늘리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신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개혁 없이 재정만 늘린다고 경제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경제도 살릴 수 있도록 경제정책의 전면적 재점검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