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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또 세금으로 일자리.. 대체 언제까지

유사·중복 투자도 여전 시장에 맡기는 게 정답

정부가 내년 일자리예산으로 23조5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올해보다 22% 많은 액수다. 전체 예산 증가율(9.7%)의 2배를 넘는다. 일자리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굳센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세금을 쓴다고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다. 부처 간 중복투자도 여전하다. 미국을 보면 세금을 한 푼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자칭 일자리정부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내놨다. 그에 맞춰 올해 예산도 일자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마저 부족하다고 여겨 지난 5월엔 3조8000억원짜리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짰다. 하지만 올해 일자리 통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신규 취업자 수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청년실업률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게 현실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에 더 큰 돈을 쏟아부을 작정이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허투루 써도 되는지 묻고 싶다.

일자리정책 정비도 이뤄지지 않았다. 약속 위반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일자리 중복·유사사업을 통폐합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사업은 중앙 25개 부처가 185개, 지자체가 4200개를 관리한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낸 보도자료엔 '일자리사업 직장인' 이야기가 나온다. 지역 일자리사업만 쫓아다니며 과실을 따 먹는 이들을 말한다. 각 부처와 지자체는 일자리예산을 기득권으로 여긴다. 꼭 쥐고 놓을 생각이 없다. 일자리정책이 과연 수백개, 수천개씩 필요한지 묻고 싶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일자리를 중시한다. 하지만 접근법이 다르다. 먼저 법인세율, 소득세율을 대폭 깎았다. 기업엔 규제완화 당근을 제시한다. 그 덕에 미국 경제는 2·4분기에 연율 기준 4%를 웃도는 고성장을 이뤘다. 선진국 중 최고다. 실업률은 4%를 밑돌아 완전고용에 가깝다. 청년실업률은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왜 우리 정부는 이렇게 못하는지 묻고 싶다.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발상은 잘못된 처방이다. 정책 실패를 세금으로 땜질하는 격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잘못이라면 그 정책을 바로잡는 게 정석이다.
미국을 보라. 세금 안 써도 얼마든지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 이 쉬운 길을 두고 왜 우리 스스로 가시밭길을 걷는지 당최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