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소상공인 호소, 귓등으로 듣지 마라

계속 외면하면 불통정부 업종별 차등 받아들여야

소상공인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9일 총궐기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10.9%(8350원) 올린 지 한달 반 만의 일이다. 이들은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해 대선 때 소상공인들은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논란 속에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 불과 1년3개월 만에 찾아온 아이러니다.

소상공인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이들은 미용실, 빵집, 떡집, 주유소, 안경사, 지하도상가, 슈퍼, 음식점, 택배, 편의점을 하며 산다. 규모는 작지만 아르바이트 등 직원을 쓰는 사업주다. 총 600만명,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 종업원에게 주는 시급을 16.4% 올렸다. 이때도 불만은 있었지만 궐기대회는 없었다. 이때 만만하게 보인 탓일까, 최저임금위는 올해도 시급을 10.9%, 두자릿수나 올렸다. 2년치를 합하면 29% 올랐다.

어떤 자영업자도 이런 상승률을 견딜 수 없다. 당연히 부작용이 나타났다. 신규 취업자 수가 푹 줄었고 그 통에 상·하위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상공인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먼저 내년 최저임금을 재심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를 거부했다. 지금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한다. 최저임금위 구성을 바꾸라는 요구도 빠지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짐을 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피해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경제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은 무책임하게도 좀 더 기다려면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러니 혁신성장론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아무리 용을 써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바꾸긴 어렵다.

소상공인들의 호소는 청와대의 철벽에 꽉 막혔다. 불통이다. 이제 정치권이 나설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7월 초 업종별 차등적용안을 부결 처리했다. 대신 국회가 최저임금법을 바꿔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주무르는 공익위원(9인) 선정도 좀 더 공평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여야 의석수에 따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달 초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실사구시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맞다.
최저임금도 실사구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론상 뛰어난 정책도 현장에서 통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정권 체면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