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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공공기관 임원 추천제 부활 걱정된다

'낙하산 인사' 더 기승 우려..공모제 투명성 강화가 순리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밑그림이 29일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공기관의 '공공성 회복'을 주문했다. 정부가 투자·출자한 데다 예산 지원까지 받는 공공기관이 공적 가치를 충실히 구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날 가닥을 잡은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 임원 인사의 투명성 강화 등 공공기관의 혁신의 큰 방향은 대체로 옳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나 방만 경영을 용인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지금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이 겪고 있는 각종 병폐의 근인(根因)이 뭔가. 바로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다. 역대 정권마다 전리품인 양 공공기관에 기관장과 감사를 포함해 임원들을 줄줄이 내려보냈지만, 결과는 어땠나. 대부분 직무능력을 갖추지 못해 무사안일에 젖어 임기를 채우는 데 급급하거나, 자신들의 취약한 입지로 인해 노조와 적당히 결탁해 흥청망청 예산을 낭비하기 일쑤였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이런 '낙하산 구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이날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장 등의 선임방식을 추천제로 바꾸겠다고 예고한 대목이 걱정스럽다. 지난 2008년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정치권을 기웃거린 비전문가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공모를 통해 기관장 등을 선발하도록 했다. 현행 공개모집제에서 10년 전 방식인 추천제로 되돌리기로 한 것 자체가 개혁 아닌, 퇴행으로 비치는 이유다. 당장 공공기관 안팎에서 "이제 대놓고 낙하산을 꽂겠다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현행 공모제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왜 '무늬만 공모제'라는 말이 나오겠나. 각 기관이 공모에 응한 인사 중 3~5배수를 추천해 올리면 기획재정부가 2배수로 압축한 뒤 소관 부처 장관이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에 제청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청와대 등 '윗선'의 입김이 암암리에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낙하산 인사가 더 기승을 부리게 할 추천제가 대안일 순 없다. 우리는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제대로 높이려면 현행 공모제를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용하는 방안을 찾는 게 순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