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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두더지잡기식 주택정책은 이제 그만

강경일변도 규제에 내성..수급조절 시장에 맡겨야

주택정책이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화를 자초한다. 전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주택임대 활성화 정책을 집값을 잡는다며 8개월 만에 뒤엎는가 하면 갭투자를 막는다며 설익은 전세대출 규제방안을 내놨다가 거센 반발에 부닥쳐 하루 만에 꼬리를 내렸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철회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정책의 효과가 처음 설계했을 때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임대주택 세제혜택이 좀 과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을 내놨지만 의도와 다르게 주택투기와 집값 과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내놨다가 반발에 부닥쳐 하루 만에 후퇴했다. 이게 아니라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 등에 따른 부작용 등 주택정책 헛발질은 차고 넘친다.

거듭된 헛발질로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기고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이 모든 것은 수급문제 해소라는 정공법을 놔두고 '찍어누르면 된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집값불안은 공급부족이 근본 원인이다. 시장이 요구하는 곳에 필요한 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집값 상승의 진원인 강남권 등지 재건축을 묶어 놓았고, 도심 재생사업도 발목이 잡혀 있으니 공급이 나올 재간이 없다. 여기에 양도세 중과로 인한 매물 감소와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시중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몰리며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수급문제를 빼놓고는 현재의 과열을 잠재울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규제 강화 카드를 들고 거꾸로 간다. 시장을 조일수록 공급은 쪼그라드는 양상이다. 그마저 부처 간 협의나 시장 영향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고려 없이 어제는 금융당국이, 오늘은 국토부가 경쟁하듯 허둥지둥 규제를 쏟아내는 모양새다.

참여정부의 학습효과로 규제일변도 주택시장은 내성이 생길 대로 생겼다. 두더지 잡기식 땜질 처방과 엄포로는 시장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이런 시장을 이기려면 정공법을 써야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해법을 내놨다.
이 대표는 3일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 발표에도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세제라든가 여러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정청은 지난주 주택시장 안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정 부처가 아닌 정부와 국회, 청와대가 머리를 맞대고 주택 수급안정에 초점을 맞춘, 제대로 익은 종합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