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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혁신성장 '우군 반발' 넘어설 자신 있나

민주당 · 참여연대서 반대..노무현 FTA서 교훈 얻길

올해 정기국회가 3일 시작됐다. 여야는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벼른다. 그에 못지않은 첨예한 이슈가 혁신성장, 곧 규제완화다. 소득주도성장은 여야 간 대립이지만, 혁신성장은 집권세력 내 갈등이라 더 복잡하다.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 달 반 동안 혁신성장에 힘을 쏟았다. 7월 중순 의료기기 현장 방문이 제1탄이다. 이어 지난달엔 제한적이나마 은산분리 규제를 풀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며칠 전엔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차례대로 의료-금융-데이터 혁신을 강조했다. 그 밑바닥엔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이 있다.

하지만 이에 비례해서 문 대통령의 혁신 행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은산분리 규제완화는 끝내 민주당 내 강경파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관련 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3일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정기국회가 다뤄야 할 29개 개혁과제와 4개 반대과제를 발표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제정엔 당연히 반대다.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장에 '국회는 규제완화 말고 민생개혁입법에 나서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혁신성장은 문 대통령과 보수 정당이 같은 편이다. 그 맞은편에 진보 진영이 있다. 12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카드를 꺼냈다. 보수 야당은 찬성했지만, 스크린쿼터 폐지를 놓고 영화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 배우 이준기씨를 초청, "한국 영화 정말 자신 없는가?"라고 물었고, 이씨는 "자신 있지만,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는 것은 걱정된다"고 답했다. 결과는 어떤가. 스크린쿼터 폐지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는 건재하다. 보기에 따라선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졌다.

혁신성장은 기득권을 파괴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득권층의 저항을 뛰어넘었다.
개방한 나라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지만 쇄국한 나라는 성공한 적이 없다는 논리로 한·미 FTA를 성사시켰다. 지금은 혁신이 나라의 성패를 가른다.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스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혜안과 돌파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