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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벼랑끝 대치.. 트럼프 "보복시 모든 중국산에 관세"

美, 곧 中에 2000억弗 관세.. 맞설시 2670억弗 추가관세
中 대미 무역흑자 사상 최고.. 美, 압박수위 더욱 높일 듯
EU·日과 포위전략 논의중.. 다른나라와 무역戰은 완화

美-中, 벼랑끝 대치.. 트럼프 "보복시 모든 중국산에 관세"

美-中, 벼랑끝 대치.. 트럼프 "보복시 모든 중국산에 관세"

【 서울 베이징=송경재 기자 조창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물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에 대한 압박이 멈출 기미가 없다. 전면적인 무역전으로 갈지 중국이 끝내 무릎을 꿇을지 세계 경제가 기로에 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2000억달러 중국제품 관세는 '아주 가까운 시기에' 시행될 수 있다면서 중국이 이에 대해 보복으로 맞서면 추가로 2670억달러 중국 제품에 관세를 또 물릴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산 수입품 모두에 관세를 매길 수 있음을 뜻한다. 트럼프는 "내가 중국에 강경하다"면서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그들(중국)은 매년 5000억달러를 빼앗아 간다"면서 "계속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00억弗+2670억弗 폭탄관세

미국은 이미 중국산 제품 50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물리고 있고, 중국이 보복으로 대응하자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물리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2000억달러 관세 부과를 위한 의견수렴은 이미 6일 마감됐고, 이제는 언제든 행정부가 결정만 하면 관세를 물릴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시행에 옮기기로 결정해도 몇주 뜸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4000여 중국 제품에 매기는 관세인만큼 행정부가 충분히 검토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앞으로 수주일 정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관세 실행을 보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USTR은 첫번째 관세 부과 당시에도 부과를 발표한 뒤 3주를 기다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중국이 양보를 하지 않아 미국이 200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물리고, 중국이 이에 보복관세로 대응하면 2670억달러어치에 관세가 매겨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계속 압박하면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고, 중국이 외국 기업들을 압박해 지적재산권을 강탈하고,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관행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중에 中 대미 흑자 최대

이런 가운데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은 미중 무역전쟁의 암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지난 7월초 340억 달러에 이어 160억 달러 등 총 5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폭은 오히려 사상최고치를 기록해 미국의 고강도 압박 수위를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지난 8일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달러 기준 8월 중국의 전체 수출입액은 4069억5000만달러(약 457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늘었다. 8월 수출액은 2174억3000만달러였으며 수입액은 1895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중국의 8월 무역수지는 279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더구나 8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310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기록이었던 지난 6월의 289억3000만달러보다 많아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인 흑자 규모가 전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의 흑자규모보다 크다는 점이다.

■멀어지는 미.중 협상 타결

WSJ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7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중이 무역현안을 들여다보는 입장이 크게 달라 협상으로 간극을 메우기가 힘든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멕시코 등과 무역갈등을 일단 봉합하면서 중국에 예봉을 겨눌 수 있는 집중력을 갖게 돼 강경기조가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 유럽, 북미와 무역분쟁이 수면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면 미국은 창 끝을 중국으로 오롯이 돌릴 수 있게 된다.캐나다와 협상만 타결 되면 목표는 중국 하나로 집중되는 것이다.

미 정부 관리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타결과 미.중 무역전쟁은 연관돼 있다면서 유럽과 잠정적인 무역협상에 합의한데다 멕시코, 캐나다와 무역긴장이 완화되면 미국이 중국의 무역관행에 다각도로 압박하기가 쉬워진다고 밝혔다.

당근과 채찍으로 동맹들을 압박해 양보를 일부 받아낸 미국은 이미 EU, 일본 등과 함께 중국 포위 전략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무역분쟁 완화로 미 의회와 기업들의 비판을 일부 누그러뜨릴 수 있고, 동맹들을 동원한 공조로 중국이 제3국을 경유한 대미 우회수출로 미국의 보복관세를 피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협상 틀을 통해 미국과 대화를 지속하는 한편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트럼프의 예봉이 꺾이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의 뜻대로 상황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미국의 결기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게 문제다. 당초 무역적자를 좁히는데 초점을 맞췄던 미 행정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중국이 양보하기 어려운 산업정책 변화를 필요조건으로 제시하는 상황이다.


온건파의 목소리가 점점 수그러들고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의 강경론이 대세가 됐다. 라이트하이저는 무역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보조금, 국내 기업에 우호적인 산업정책 등 중국 산업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내수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dympn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