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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文정부, 내부 비판에 귀기울이길

소득주도에 집착하지 말고 냉엄한 경제현실 직시해야

문재인정부에 참여한 핵심 브레인들이 현 경제상황과 정부의 대처방식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은 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과가 없는 것은 청와대의 실수"라며 "청와대가 지나치게 단기성과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초가 문재인정부 고비가 될 것"이란 말도 했다.

J노믹스(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여권 내부의 비판은 정 위원장이 처음이 아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 논쟁에 매몰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책에 대한 관념적 논쟁만 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낳은 부작용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정 위원장은 성공회대 교수 출신의 진보 지식인으로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에 국정 100대 과제 구체화 작업을 지휘한 인물이다. 김 부의장은 원로 경제학자로 대선 캠프와 현 정부에서 경제분야 공약 및 정책 수립에 조언을 해오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 몸담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현 경제상황이 매우 심각한 단계이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문재인정부에 위기가 올 수 있음을 알리는 경고로 봐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을 보면 이런 국면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겸손한 자세로 비판을 수용하기보다 엇나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현 정책기조가 옳다.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으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추진 속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상황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현 경제상황을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에 직접적으로 비유하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2.9%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추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경제상황을 직시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