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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무역 갈등’ 봉합 수순 밟는다

브뤼셀서 만난 양측 대표 車·제약 등 규제장벽 없애 일부 통상 문제 해결하기로
사실상 EU가 양보한 셈 美는 동맹업고 中압박 집중

美-EU ‘무역 갈등’ 봉합 수순 밟는다
10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는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향후 통상 문제 해결을 낙관했다. 사진은 지난 3월10일 두사람의 브뤼셀 회동 장면. EPA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11월까지는 자동차·의료기기·제약 안전기준을 포함해 일부 무역갈등 요인을 봉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밝혔다. EU측도 할 일이 많다며 일부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고, 캐나다를 압박하는 가운데 유럽과 갈등을 점차 봉합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 중국 압박 전선이 점점 틀을 갖춰 가는 모습이다. 동맹을 등에 업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2개월내 통상 매듭"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날 브뤼셀 EU 본부에서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난 뒤 2개월 안에 양측이 부분적인 통상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르면 11월께 "교역을 가로막는 기술적 장벽들을 거둬들이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름스트룀 위원도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만남은 미국과 EU간 무역협정을 맺기 위한 '첫번째 기회'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양측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단기에서 중기적으로 어떻게 탄탄한 결론을 이끌어낼지 등에 논의했다"고 말했다.

말름스트룀은 "올 가을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라이트하이저는 양측의 교역을 가로막는 규제장벽을 없애는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자동차 안전기준부터 제약, 의료기 기준과 같은 미국과 EU가 서로 다른 안전기준을 갖고 있어 통상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없앨 것임을 시사했다.

이 문제들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EU와 타협을 지으려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중단됐던 과제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시위 앞에 EU가 결국 양보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농업, 금융 등 민감한 부문에 관한 협상, 관세 철폐 등은 타결을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는 있지만 10일 협상에서 진전을 이뤄내면서 적어도 앞으로 몇달 동안은 미국과 EU 간에 새로운 무역긴장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무역전쟁 칼끝 중국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캐나다와 협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NAFTA 재협상 잠정 타결을 토대로 EU와도 갈등을 봉합하면서 무역전쟁 칼 끝을 오롯이 중국에만 겨눌 수 있게 됐다.

미국은 EU, 일본 등 핵심 동맹들과 함께 중국의 무역관행을 바꾸기 위한 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대중 공동 무역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국과 EU, 일본 간에 입장차가 있어 불확실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핵심적이고 공통적인 관심사안들을 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지난달 말 멕시코와 NAFTA 재협상을 타결지으면서 이를 동력 삼아 이들 전략적 동맹들과 대중 공동 무역전선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힘을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와 이를 기초로 한 막무가내식 압박에 대한 동맹들의 반발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미 동맹들은 미국의 통상정책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포함한 다자간 무역체계에 대한 미국의 반발에 깊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과 EU간 통상분쟁은 지난주 EU가 미국산 유전자조작(GMO)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고, 앞서 7월말에는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트럼프를 만나 협상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무역갈등을 일시 봉합하기로 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언제든 재발할 불씨는 곳곳에 남아 있다.

필 호건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주 미국산 GMO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방안을 발표하면서도 "EU는 '미 우선주의' 윽박지르기를 결코 반기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트럼프와 가능하다면 협상을 타결짓겠지만 미국이 테이블에 팔을 괴고 협상 문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언제나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