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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부동산 대책, 미·일 사례를 교훈 삼길

美, 저금리 기조로 거품
日, 고령화로 사태 악화

집값이 다락같이 올랐다. 거품 우려가 나올 정도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에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 새 대책이 기존 정책을 땜질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실망이다.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노무현정부 때보다 집값이 더 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땜질이 아니라 정책 기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를 꼭 닮았다. 참여정부는 "하늘이 두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고 했다. 문재인정부도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강공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거꾸로 간다. 정부가 다짐을 할수록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역설이다. 부동산 정책에 단단히 문제가 생겼단 뜻이다.

이제 집값은 국토교통부의 범위를 넘어선 듯하다. 과거 미국과 일본 사례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1990년대에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자산가치의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했다. 주식, 부동산에 거품이 끼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린스펀도 금리를 선뜻 올리지 못했다. 그 틈에 미국인들은 앞다퉈 빚을 내 집을 샀다. 저금리가 낳은 부동산 거품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펑 터졌다.

일본 경제도 1990년대에 버블 위기를 맞았다. 주가와 집값이 동시에 곤두박질쳤다. 플라자합의(1985년)로 만들어진 엔고가 자산가격에 거품을 불어넣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동시에 저출산.고령화가 일본을 덮쳤다. 그 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긴 터널 속을 헤매었다.

한국 경제는 미.일과 다른 점이 많다. 두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한국에서 되풀이되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와 집값 거품, 인구구조 변화를 보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5%로 9개월째 동결했다. 미국이 1.75~2% 수준으로 꾸준히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를 두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 비이성적 과열, 곧 자산 거품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다. 인구는 판박이처럼 일본을 뒤쫓고 있다. 인구로 경제를 예측하는 해리 덴트는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2018 인구절벽이 온다)이라고 경고한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시장은 코웃음을 친다. 당최 시장에서 정책 수단이 먹히질 않는다. 이럴 땐 미국과 일본이 겪은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지 모른다.
중앙은행이 결정권을 쥔 금리도 변수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나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런 단기처방으로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