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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설비투자에 울리는 경고음

2분기 5.7%나 줄어
성장잠재력 갉아먹어

부진한 설비투자에 경고음이 크게 울린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투자가 죽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의장은 설비투자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력과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2.4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5.7%가 감소했다. 2016년 1.4분기 7.1%가 줄어든 이래 가장 부진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있다.

하반기 들어서도 개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7월 국내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4%가 감소했다. 올 3월 -7.6%를 기록한 이래 5개월째 이어진 감소세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이다. 부진한 설비투자는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 올해 2.4분기 우리 경제는 0.6% 성장에 그쳤다. 전분기보다 0.4%포인트 둔화됐다. 올해 연간 성장 목표치 2.9% 달성도 힘겨운 상황이다. 경제전문가들의 걱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크게 늘어난 설비투자가 경제호황의 원천이 되고 있다. 미국은 2.4분기 설비투자가 전분기보다 8.5%나 증가했다. 그 덕분에 경제성장률은 4.2%(연율기준)에 달했다.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도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도 이 기간 민간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3.1%가 늘었다. 성장률도 0.7% 증가해 연율기준 3%로 9분기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은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대기업 옥죄기 등 기업투자 의욕이 꺾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로 당장 생존하기에도 급급해 투자할 여력이 떨어졌다. 투자를 주도해 나가야 할 대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와 강성노조로 인해 투자를 꺼리거나 해외투자로 눈을 돌린다.

현재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먹거리가 없어 구조적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설비투자는 호황을 이어온 반도체기업들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계획했던 투자가 마무리되어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어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라고 걱정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해달라며 정치권을 찾아다니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이 원활하게 투자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기업 의욕을 북돋아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