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명현반응

'명현(瞑眩)반응'이란 말이 있다. 대체의학에서 쓰는 용어다. 즉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한 후 일시적으로 트러블이 일어날 때 흔히 쓰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를 거론해 입길에 올랐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쓰면서다. 그는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약을 먹어도 명현반응이 있듯이 어떤 정책처방이 있으면 그에 따른 미스매치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과 야당의 조급증을 나무라는 듯 "정책이 밑으로 배어들 때까지는 시간도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부메랑을 맞은 인상이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은 전달보다 더 나빠졌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조차 "7월 취업자 증가폭의 급격한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분석했다. 최악의 고용참사와 그 배경이 된 성장둔화가 반시장적 소득주도성장에 기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여권 인사가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걸 무조건 백안시할 순 없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눙친 대목은 그런 차원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성장통'이란 변명을 넘어 명현반응으로 호도하는 건 너무 나간 느낌이다. 요즘 정통 한의학계에서도 확실한 근거가 없어 잘 안 쓰는 용어가 아닌가. 심지어 대체의약품의 부작용을 명현반응으로 치부하는 통에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고도 적잖다고 한다. 어차피 사회과학은 하나의 정답만 있는 수학과는 다르다. 이해가 엇갈리는 계층·집단을 대상으로 한 경제·사회정책에는 상황에 따른 비교우위가 있을 뿐 '절대 선'은 없는 법이다.

포항 시내버스 기사들이 주52시간 노동에 반대해 "일 더하게 해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서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려는 의욕이 저소득층이 저녁에 쓸 적은 돈마저 사라지게 하는 역설을 빚고 있는 징후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성공하려면 최저임금 상향이든, 근로시간 단축이든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오지 않을 명현반응을 기다리다 민생경제가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