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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규제만능' 못벗어난 9·13 부동산 대책

도심 공급방안 쏙 빼놓고 징벌적 규제 폭탄 되풀이

정부가 또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투기지역 확대를 골자로 한 8·27대책에도 집값이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당정청이 머리를 맞댔다. 기획재정부는 13일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다주택자 투기수요를 철저히 차단하고, 실수요자 보호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지금까지 7차례의 처방을 내놓았지만 관계부처, 청와대, 여당이 함께 집값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범정권 차원에서 종합처방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다주택 및 고가주택 종부세 강화, 다주택 및 임대사업자 대출규제 확대 등 세금폭탄과 돈줄 조이기가 골자다. 규제수단을 총동원해 집값을 잡겠다는 종전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따랐다. '집값만은 잡겠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규제만능'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규제의 칼날을 앞세워 일일이 나서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것이 현재 주택시장 상황에선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참여정부가 남겨준 교훈이다. 2003년 노무현정부는 "하늘이 두쪽나도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며 17차례에 걸쳐 규제폭탄을 투하했지만 정작 '강남 집값 64% 상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문재인정부의 8차례 부동산 정책은 이를 답습한다. 이번엔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카드를 내밀었다.

집값 상승의 핵심인 수급문제를 풀 재개발·재건축활성화를 통한 공급확대 방안은 애초에 검토단계부터 빠졌다는 후문이다. 매물감소 부작용을 몰고온 다주택 양도세 중과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나마 서울 외곽에 30만가구를 짓는 공급확대 방안은 진일보했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투기꾼의 농간'으로 판단하는 게 패착이다.그러니 시장 안정보다는 찍어누르기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그것이 규제만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규제폭탄으로 어느 정도 일시적으로 집값을 안정시켜 '면피'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대책은 못된다.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 양산과 조세저항 등 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시장기능을 왜곡하고,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집값을 잡으면서 부작용도 줄이려면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를 지속 가능한 근본대책에 초점을 맞춰 바꿔야 한다.
그것은 '수요있는 곳에 공급'이라는 정공법이다. 김 부총리는 이번 대책과 관련, "대책의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신속히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 추가 조치는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