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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과 관계 계속 저울질.. 관세부과 앞두고 추가협상 제안

美, 장관급대화 요청했지만 행정부 내부 의견은 엇갈려
므누신·래리는 협상 원하고 라이트하이저는 연기 주장
日과는 양자협상 추진중.. 정확한 상황 예측 어려워

미국이 중국에 장관급 무역협상을 다시 제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달러 중국 제품에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하고 시기를 저울질 하는 한편 관세 부과 결행 이전에 중국과 다시 한 번 협상을 하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대표로 하는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이번주 들어 중국측 협상 파트너인 류 허 부총리에게 양자 추가 무역협상을 제안했다.

미국 협상대표단은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추가 관세가 시행되기 전에 앞으로 수주일에 걸쳐 중국과 장관급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고, 회담 장소는 미국 워싱턴DC나 중국 베이징 가운데서 택하자고 제안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입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므누신-커들로 vs. 라이트하이저

협상제안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협상을 정상궤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므누신 장관에게 권한을 줬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여전히 미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에 관해 의견이 갈라져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므누신 재무장관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래리 커들로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협상파는 중국을 설득해 타협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돼 금융시장에까지 충격이 미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반면 관세부과 실무 책임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협상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추가 관세가 미국의 협상력을 높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을 다시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초대장을 보낸 것은 행정부 내 일부에서 "관세 부과 전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해보자"는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최근 행보는 그렇지만 정확히 미국의 의중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논의를 마무리지었고,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9월 말 협정 조인을 목표로 하고 있고, 캐나다와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 멕시코와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유럽연합(EU)과는 무역협정을 위한 대화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 EU로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약속을 받아냈고, 농업 등 매우 민감한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는 양측 간에 상당한 타협도 이뤄냈다.

7월 말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무역전쟁을 일단 중단하고 무역협상을 지속하자는 데 합의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긴장감 완화냐, 中 더 압박이냐

미국은 일본과 양자협정 추진도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타결됐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이어가자며 양자협정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드라이브에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EU와 협의를 위해 10일 브뤼셀을 방문한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달 하순 뉴욕에서 일본측 협상대표를 만나 미.일 무역협정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해석하기에 따라 앞으로 무역긴장이 완화될 것이란 낙관도, 동맹들과 긴장 완화를 발판으로 중국을 더 압박할 것이란 전망으로도 연결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엇갈린 신호를 보내왔다. 고도의 협상전략일 수도 있고, 그저 백악관 내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은 데 따른 혼선일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해석은 어렵다.

한편 중국과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될지도 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중국은 이전까지 협상에서 정치.경제 안보를 이유로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대부분 거부해왔다.

미국은 국영기업 보조금 등과 같은 중국의 경제정책 변화와 외국 기업을 압박해 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을 중국 기업에 넘겨주도록 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기술, 지재권 이전 같은 관행은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양국 간 차관급 회의에서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중국 관리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100여개 항목 가운데 최소 20가지는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번 협의를 통해 미국이 중국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추가로 관세를 물리고, 이에 중국이 맞대응해 미국이 다시 267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물리는 전면 무역전쟁을 양국이 피할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