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정의선 부회장, 혁신 리더십 보여달라

현대차그룹 총괄 맡아..지배구조 개편도 숙제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이 14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했다. 현대차 부회장에 오른 지 9년 만으로, 정몽구 회장의 뒤를 잇는 실질적 2인자가 됐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다른 계열사 경영도 직접 챙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미래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 역량 강화의 일환"이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에 대한 리더십 평가는 긍정적이다. 2005년 기아차 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현대차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올 들어선 수소전기차,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기술, 친환경 신에너지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힘을 쓰고 있다. 동시에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내부의 연구개발(R&D) 방식에서 벗어나 바이두, 인텔, 시스코, 모빌레브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투자 및 협업을 하는 '개방형 혁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현대자동차를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당장 축 처진 실적을 회복시켜야 한다. 중국 등 해외시장의 판매부진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7% 빠졌다. 미·중 통상전쟁, 미국의 금리인상, 신흥국 경제위기로 하반기 전망은 더 캄캄하다.

그룹의 100년 대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매조지는 일도 정 수석부회장 몫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안정적 경영승계와 사업 경쟁력을 제고, 순환출자 문제를 풀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내세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등의 공격으로 발목을 잡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를 돌파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이 모든 문제의 해법은 3세 경영체제에 걸맞은 혁신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은 기업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시대가 바라는 경영혁신 능력이다. 경영을 잘해서 이윤을 많이 내고, 그 이윤을 투자해서 사회에 공헌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혁신의 리더십으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활짝 열어가길 바란다.